푸틴 비판한 러 재벌 친구, 영국서 숨진 채 발견

12일 사망한 채 발견된 러시아 출신 니콜라이 그루쉬코프(68). [가디언 캡처]

12일 사망한 채 발견된 러시아 출신 니콜라이 그루쉬코프(68). [가디언 캡처]

 전 러시아 스파이 스크리팔 부녀가 영국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아 의식불명에 빠진 지 8일 만에 영국으로 망명한 또 다른 러시아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그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의문사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의 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 언론들은 또다시 러시아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출신 니콜라이 그루쉬코프(68)가 전날 저녁 영국 런던 뉴몰든에 있는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과 친구 등이 발견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척결 과정에서 쫓겨나 2001년 영국으로 망명한 베레조프스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베레조프스키는 2013년 욕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타살 흔적이 없어 영국 경찰은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지인들은 꾸준히 타살설을 제기해왔다. 그중 한 명이 12일 사망한 그루쉬코프다. 그는 당시 “베레조프스가 살해당했다고 확신한다”며 “언론에 나온 것과 상당히 다른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베레조프스키 뿐 아니라 2006년 독극물을 마신 채 숨진 전 러시아 정보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등 많은 러시아 출신 망명자들이 의문스런 상황에서 죽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스크리팔 사건과의 연관성에 거리를 두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 역시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그가 생전 “크렘린의 암살자명단(hit list)에 올랐다는 사실을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익명의 지인이 발견 당시 그루쉬코프에게서 목 졸림의 흔적이 보였다고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에 말한 사실을 전했다. “그루쉬코프의 죽음은 스크리팔 사건과 관련한 외교적 위기의 한가운데서 긴장을 더 고조시킬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밝혔다.
니콜라이 그루쉬코프의 자택 앞.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텔레그래프 캡처]

니콜라이 그루쉬코프의 자택 앞.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텔레그래프 캡처]

 
 가디언에 따르면 그루쉬코프는 1990년대 러시아 아에로플로트의 임원을 지낸 기업가 출신이다. 그러다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5년의 수감생활을 거쳤다. 2004년 석방된 이후 영국으로 넘어왔다. 
 
 한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스크리팔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하며 13일 자정까지 관련한 설명이 없다면 러시아의 불법 무력 사용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현장서 채취한 신경작용제 샘플을 영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콜라이 그루쉬코프(왼쪽)와 보리스 베레조프스(가운데)는 생전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텔레그래프 캡처]

니콜라이 그루쉬코프(왼쪽)와 보리스 베레조프스(가운데)는 생전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텔레그래프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 정부에 지지를 표하며 관련 수사를 요청하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은 국제규범을 악의적으로 위반해 흉악한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위반에 따른 결과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