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제약,차이나 머니가 노리는 마지막 두 영역

중국은 단지 스케일에서만 놀라는 곳이 아닙니다. 이제는 창조성을 뿜어내는 곳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땅덩이가 크고 시장이 크니까 가면 성공한다고요? 아니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국에는 기술력이 뛰어난 스타트업들이 가득하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정주용 비전 크리에이터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벤처캐피털 분야에서 일하면서 중국과 한국 시장과 기업을 분석하는 한편 투자기회를 찾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완전히 기회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개인적으로 바이오+블록체인 섹터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한국만큼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 우리에겐 성공한 케이스도 많다. 앞으로 신약·바이오 열풍이 불 거라고 믿는다.

정 대표는 13일 차이나랩이 주최한 '차이나 챌린저스데이'에 참석해 '중국 유니콘은 어떻게 탄생하나'를 주제로 중국 스타트업들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한국이 이 시장을 어떻게 접근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다음은 강연 주요 내용.  

정주용 비전 크리에이터 대표. 그는 피터 마오 판다 캐피탈 공동창업자와 함께 장강상학원을 다닌 동문이다. [출처: 차이나랩]

정주용 비전 크리에이터 대표. 그는 피터 마오 판다 캐피탈 공동창업자와 함께 장강상학원을 다닌 동문이다. [출처: 차이나랩]

중국의 성장은 국가가 주도했다. ‘국가 자본주의’ 시스템이 난관에 봉착한 게 바로 시진핑 시대다. 과거의 성장모델을 떨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찾은 게 결국 데이터 생태계였다고 생각한다. 시진핑 신시대의 백그라운드는 데이터다. 결국 중국은 데이터로 산업을 혁신해야 미국이든 어디든 따라잡을 수 있는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모두를 똑똑하게 하는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만일 13억 중국인들에게 스마트폰을 안겨준 뒤에 그 스마트폰을 똑똑하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중국은 인터넷과 기존 산업을 연결시키고, 인공지능 굴기 등을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내고 있다. 그 핵심에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미국과도 기술로 승부보겠다고 나서는 중국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미국과도 기술로 승부보겠다고 나서는 중국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데이터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바꾼다
텐센트가 팔라고 해도 안 파는 진르터우탸오...5억3천만명 이용, 기업가치 30조원
 
대표적인 예가 인공지능 뉴스기업인 진르터우탸오(투데이스 헤드라인)이다. 이 기업은 중요한 뉴스들을 인공지능에 의해 골라주는 뉴스 회사인데 2~3년 사이에 중국 미디어 업계를 정복해버렸다. 사람마다 맞춤형으로 마치 페이스북처럼 적절한 뉴스를 던져준다. 단순히 피딩을 해주는 게 아니다. 정말 지방에 있는 무명의 필자라도 그 글이 좋다면 숨어있는 글들을 위로 올려놓는다. 유명 언론에서 노출되는 것보다도 더 상단에 노출을 시킨다. 이 뉴스 서비스의 사용자가 무려 5억3000만명이 넘는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출처: 이매진 차이나]

마윈이나 마화텅 등 유명 기업가들이 진르터우탸오에 의견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뉴스화도 시켜준다. 뉴스를 보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제 위챗이나 바이두조차도 올드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중국판 카카오톡을 만든 텐센트 입장에서도 진르터우탸오는 골칫거리로 등장한 셈이다. 이러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던 배경에는 중국의 인공지능 혁신이 있다. 중국인들이 1시간 넘게 이 사이트에 머문다. 텐센트가 여러 번 진르터우탸오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진르터우탸오의 가치는 무려 30조원을 넘는다. 오히려 진르터우탸오가 텐센트를 먹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출처: 이매진 차이나]

[출처: 이매진 차이나]

이미지 인식(안면인식이 대표적) 분야도 결국은 데이터 싸움이다. 이미지 인식에서는 중국 기업인 페이스++와 센스타임이 양대 산맥이다. 둘 다 2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의 이미지 인식 기업은 B2B 서비스 통로를 뚫으려고 해도 시장 개척 자체가 힘들 수도 있을 텐데 중국에서는 이 분야 기술을 아예 공안이 활용해서 범죄자 인식하는데 쓴다. (피터 마오 판다 캐피털 대표가 치밍 캐피털에 있을 때 안면 인식 기업을 발굴해서 투자한 것으로 안다. 당시에는 인공지능이라는 개념도 희박하던 때였다.)  

 
얼굴 인식도 잘 하니 자동차 번호판 인식도 가능해진다. 센스타임은 일본 자동차인 혼다와 손 잡고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서 자율 주행까지 이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안면인식은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  

요즘은 중국 KFC에 가서 얼굴만 보여주면 결제가 된다. 광저우 시에서는 지문 대신에 위챗 신분증을 시범적으로 쓰고 있다. 공항에서도 많은 이들이 사진기를 자기 얼굴에 갖다대는 걸 볼 수 있을 텐데 이거는 셀카를 찍는 게 아니라 송금하는 것이다. 얼굴을 돌려 보여주고 몇 단계만 거치면 거액 송금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시중 은행들이 할 일이 없어지게 된다. 결국은 데이터 기업들, 인터넷 기업들이 이 가치를 고스란히 갖고 가게 된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심지어 의료기업들도 궁극적으로는 데이터로 승부를 본다. 피터 마오 대표가 제게 "한국은 왜 이렇게 오프라인 약방이 많으냐"고 묻더라. 중국에서는 의약품도 '로켓 배송'을 해준다. 그리고 의사들 중에서 누가 잘 하는지 아예 데이터 플랫폼이 있다. 의사들의 랭킹이 다 나와 있고 후기도 있다. 온라인으로 다 된다. 그래서 요즘은 중국에서 병원들이 랭킹 좋은 의사들만 불러서 매출을 나눠갖는 영업을 한다. 예약은 온라인으로 받고 의사별로 얼마나 실력이 있고 인기가 있는지도 데이터로 검증이 된다.  

 
이런 데이터 기업의 경쟁력 핵심 중에는 핀테크, 즉 결제분야가 있다. 저 역시도 지난 2년간 중국 출장을 가면서 한 번도 현금을 쓴 적이 없다. 전부 모바일 핀테크다. 알리바바 소액 대출 규모만 100조원이 넘어간다. 핀테크가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했다. 중국판 카카오택시인 디디 역시도 중국의 혁신적인 페이먼트가 없었다면 안 됐을 것이다. 공유자전거인 모바이크도 1위안씩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페이먼트 덕에 사업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중국 온라인 기업들이 온라인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건 아니다. 중국에서는 오프라인이 역설적으로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
메이퇀이라는 회사가 디디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메이퇀이라는 음식 배달 및 음식점 평가 업체에는 무려 음식점 3억개가 가입되어 있다. 간판 달린 모든 식당들이 다 들어와 있다고 봐도 된다. 즉, 메이퇀은 고정된 오프라인 소상공인들은 내가 잡았다는 자신감이 있다. 우버도 몰아낸 디디가 메이퇀을 무서워하는 이유다. 알리바바가 오프라인 매장인 '허마셴셩'(이마트와 유사)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허마셴셩 매출의 90%가 모바일에서 나온다. 매장에 가기 싫은 날엔 온라인 주문을 하면 그만이다. 앱에서 선택한 제품을 쓸어 담으면 배송이 빨리 된다. 그러다가 신선한 제품을 먹고 싶으면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도 된다. 거기서 랍스터를 모바일로 주문한 뒤 매장에서 쪄서 먹을 수 있다. 알리바바는 "허마셴셩이라는 오프라인 플랫폼은 결국 주거 단지에 가장 가까이 있는 물류 창고"라고 생각한다. 영리한 생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절묘한 결합이다.  

[출처: 즈루 홈페이지 캡처]

[출처: 즈루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직방'같은 회사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절묘히 결합했다. 이 기업은 한국의 직방이나 다방과 유사한 플랫폼인데 즈루(自如, ziroom)이라는 스타트업이다. 원룸텔, 여행 게스트 하우스, 민박, 임대, 직거래 임대, 공동 임대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즈루는 빌딩을 통으로 매입한 뒤에 리노베이션해서 주 단위, 혹은 다른 단위로 끊어서 임대를 준다. 즈루에서 운영하는 집들은 북유럽식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고 청소며 이삿짐, 수리까지도 자기들이 시스템화해서 원가를 최소화했다.  

 

[출처: 직방 홈페이지 캡처]

[출처: 직방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 입장에선 몸만 가면 되니까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이용자가 늘면서 기업 가치가 3조원이 넘어가게 됐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이 잘 이뤄진 사례 중 하나라 하겠다.  

 
시진핑 시대를 맞아 진짜 실력이 있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텐센트의 마화텅의 경우도 그렇다. 전략적 투자를 정말 잘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투자도 성공적이었다. 스마일게이트와 손잡고 돈을 벌었으며 블루홀, 넷마블 등에도 투자했다. 지리 자동차의 리수푸 회장 역시 볼보를 인수한 뒤에 자기가 인수한 볼보를 더 키우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창업가들은 누군가를 죽여서 빼앗는 느낌이라기 보다 전체 파이를 키운다는 느낌을 준다.  

차이나랩 서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