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변호사에게"…대한항공의 이상한 '조현민 사태' 대응

'물컵 갑질'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사진 연합뉴스]

'물컵 갑질'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사진 연합뉴스]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파문과 관련한 대한항공의 위기 대응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 전무 파문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는 등 대한항공 전체가 큰 위기에 처했지만, 회사 측은 ‘임시방편’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회사 측 공식 답변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지난 12일 오전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조전무의 물컵 갑질 얘기가 돌았을 때 회사 측의 공식 답변은 “종이컵이 떨어지면서 물이 튀었다”였다. 광고업계의 소문은 조전무가 유리병에 든 매실음료를 던졌는데 깨지지 않자 다시 물이 든 컵을 던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고업계에서는 ‘의전’을 중히 여기는 대한항공이 조 전무 자리에 유리컵 대신 일회용 종이컵을 놓을 리 없다고 얘기한다. 문제가 일어났던 장소는 서울 강서구 하늘길 대한항공 본사 6층 커뮤니케이션 회의실로 조 전무가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조 전무의 말도 대한항공 측 공식 답변과는 다르다. 조 전무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 갑작스럽게 베트남 다낭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15일 새벽 귀국했고, 공항에서 조 전무를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머리,얼굴에 (물을) 안 뿌렸고 밀쳤다“고 말했다. 컵을 밀쳤다는 것인지, 사람을 밀쳤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대한항공의 설명은 없다.  
 
15일 밤 조 전무는 대한항공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사과를 했다. 사과문에 ‘사퇴 ’얘기는 없었고, 사과 메일 이후 대한항공의 대응방식도 ‘상식’을 벗어난다. 대한항공 측은 사과문과 관련한 문의나 조 전무의 거취 등은 홍보실에 하지 말고 법무법인 세종의 모 변호사 한 명에게 하라고 기자들에게 요청했다. 대한항공 홍보팀은 전무를 팀장으로 수 십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을 배제하고 변호사 한 명을 기자들의 접촉창구로 지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더는 참기 어려웠는지 대한항공의 3대 노조인 대한항공노동조합·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대한항공 새 노동조합은 15일 밤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조 전무의 사퇴를 촉구했다. 
 
3대 노조는 ‘대한항공 경영층 갑질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대한항공 3개 노동조합은 한목소리로 작금의 사태에 심히 우려를 표명한다”며 “조 전무 때문에 2만여 명의 직원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6만 가족들의 삶 자체도 흔들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3대 노조는 공동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조현민 전무 경영일선에서 즉각 사퇴 ▶조현민 전무 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경영층의 추후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