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일가족 살해한 한국인, 끝내 구치소서 죽음 택해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홍콩에 여행 온 후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마스크를 쓰고 있는 A씨(왼쪽)가 홍콩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홍콩에 여행 온 후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마스크를 쓰고 있는 A씨(왼쪽)가 홍콩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 여행 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관광객이 구치소 안에서 목을 매 숨졌다.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라이치콕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용의자 A씨(42)는 이날 오전 8시 53분쯤 구치소 내 독방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혼수상태였던 A씨는 급히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이날 오전 사망했다.  
 
지난 1월 14일 홍콩 웨스트 카오룽 지역의 5성급 호텔인 리츠칼튼 호텔에 투숙했던 A씨는 전날 오전 7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 “사업에 실패해 막다른 지경에 몰렸다”며 그의 가족이 자살하려고 한다고 알렸다.  
 
이에 한국에 있던 친구가 급히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다시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연락했다. 홍콩 경찰이 출동했을 때 그의 아내 B(43)씨와 일곱 살 아들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길이 13cm의 흉기가 있었다.  
 
살인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A씨는 술에 취해 경찰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사건 현장인 객실은 별로 어지럽혀지지 않았으며 크게 다투거나 저항한 흔적도 없었다.  
 
A씨 가족이 묵은 리츠칼튼 호텔은 홍콩의 최고층 빌딩인 118층짜리 국제상업센터(ICC)의 가장 높은 15개 층에 자리 잡고 있다. 하룻밤 숙박료가 최저 3300~2만6000 홍콩달러(약 45만~353만원)인 고급 호텔이다.  
 
홍콩 경찰이 호텔 내 CCTV 녹화 기록을 조사한 결과 A씨는 호텔 내 두 곳의 술집에서 14일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셨고, 객실로 돌아갈 즈음에는 크게 취해 있었다.  
 
A씨는 홍콩 경찰에 “술을 마시고 취한 것은 기억이 나지만, 이후 필름이 끊겨 기억나지 않는다”며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한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근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않은 등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막다른 지경에 몰린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A씨는 미국의 유명 초콜릿 기업의 한국 대표로 전해졌다. 최근 서울 등 한국 내 10여 곳에 전문점을 개설했지만, 자금 회전이 원활하지 않아 여러 점포가 임대료와 전기료 등을 내지 못해 폐점하고, 나머지 점포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평소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 점포 등에 가족들과 함께 놀러 가거나, 아들의 생일 파티를 함께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인스타그램에는 “나에게 매일 새로운 활력을 주는 유일한 원천은 가족이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홍콩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고, 결국 영영 입을 닫았다.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은 홍콩 당국과 협조해 정확한 사인 등을 규명하고, 유족과 협의해 시신 인도 등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