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하루 2회 브리핑 … 김경수 조사엔 “그럴 상황 아니다”

김경수(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범계 수석대변인. [오종택 기자]

김경수(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범계 수석대변인. [오종택 기자]

‘오전 11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 기자회견→오후 3시 서울청 수사부장 백브리핑→오후 5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해명 기자회견→오후 7시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서울경찰청은 16일 하루에만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수사내용을 브리핑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김 의원과 청와대도 적극 나섰다. 사건의 주범인 민주당원 김모(49·필명 드루킹)씨가 여당 핵심 실세인 김 의원과 비밀 메시지를 나눴고, 그에게 인사청탁까지 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씨 등이 포털 사이트의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에만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수사의 핵심이 어디까지나 지난 1월 17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기사 댓글 공감 수 조작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썼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세 차례나 “핵심은 매크로 조작 여부”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상황에서 (김경수 의원에 대한) 조사는 너무 앞서 나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1월 17일 사건(댓글 조작)만 수사하겠다는 거냐’는 질문에는 “현재까지 그렇다는 것이다”고만 언급했다. 경찰의 설명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①비밀대화 115개, 기사 URL 3190개
 
경찰에 따르면 ‘드루킹’ 김씨는 지난 3월 3~20일 김경수 의원에게 3190개의 URL을 보냈다. 경찰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 해명처럼 그가 이 메시지를 읽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메시지를 읽었을 경우 채팅창에 체크 표시 두 개가 떠야 하는데 경찰이 입수한 김씨의 휴대전화에는 체크 표시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와 김 의원이 이전에 비밀대화방을 통해 여러 차례 대화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텔레그램의 비밀대화방에서는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도 통째로 삭제할 수 있다. 김 의원과 김씨 가운데 누군가가 이전에 오간 비밀대화를 모두 삭제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김 의원이 김씨와 비밀대화를 이어오다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자리 등을 거론하며 협박을 하자 이전 대화기록을 삭제한 뒤 이후에 오는 비밀대화 메시지를 일부러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 14일 1차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남아 있지 않다”고 한 바 있다.
 
만약 비밀대화가 삭제됐다면 복원은 가능할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포렌식 전문가는 “단순 삭제만 했다면 원칙적으로 포렌식이 가능하다”며 “다만 주기적으로 앱을 지웠다가 다시 설치하고 탈퇴, 재가입 등을 할수록 복원 확률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복원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텔레그램 일반대화는 복구될 가능성도 있지만 비밀대화는 단말끼리 암호통신을 하기 때문에 복원이 안 된다. 양쪽에서 공유한 키를 알면 되는데 시스템에서 랜덤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단말기를 다 갖고 있어도 이를 알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②드루킹 접촉, 제3의 정치인은 누구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 관계자는 “압수한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등장한 다른 정치인의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누구이고 몇 명인지는 확인해 주지 않았지만 복수의 정치인이 등장한다고 했다. 여권인지 야권인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범죄 사실과 관련된 게 아니다”는 이유다.  
 
여기서 경찰이 말하는 확인된 범죄 사실은 지난 1월 17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기사 댓글 공감 수 조작으로 해석된다. 돌려 말하면 다른 정치인들이 1월 17일 댓글 조작 외에 김씨 등의 다른 댓글 활동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사실과 무관하고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어 확인은 곤란하지만 명수가 많지는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5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휴대전화에 등장한 정치인에 대해 두 차례 브리핑에서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다른 정치인에게 메시지가 간 것은) 분석한 걸로는 없고 더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석이 끝난 것 중에 없느냐’는 질문에는 “글쎄요”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오후에는 “(다른 정치인이) 있다”고 확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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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김씨 체포에 청와대와 검찰, 교감 있었나  
 
네이버 댓글 여론 조작 의혹은 지난 1월 17일 민주당이 처음 제기했다. 댓글 추천수가 실시간으로 급증하는 동영상까지 유튜브에 올라오며 논란이 커지자 이틀 뒤인 19일 네이버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민주당도 해당 의혹에 대한 정황을 수집해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월 7일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지난달 21일 김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씨 등 3명을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과 긴급체포 시기 등을 두고 청와대와 경찰이 사전에 정보를 공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협박을 참다 못한 김 의원은 청와대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김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이건 안 되겠다 싶어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이런 상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민정비서관은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을 관장한다. 현재 백원우씨가 맡고 있다. 실제로 김씨는 체포되지 않았다면 협박을 이어갔을 수도 있다. 체포 직전인 20일까지 김 의원을 상대로 협박했다는 것이다.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김 의원의 해결사 역할을 한 셈이 됐다.  
 
경찰은 김씨 등을 지난달 25일 구속한 뒤 30일 검찰에 송치하고도 이에 대한 사실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언론을 통해 김씨 등의 구속 사실이 보도된 뒤에야 수사 결과 일부를 밝혔다. 김 의원이 텔레그램을 통해 김씨 등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내용도 언론 보도 뒤에야 공개했다.
 
한영익·여성국·김지아 기자 hang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