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직적 범죄 의혹 짙은 댓글 조작 … 검경 수사 믿을 수 있나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필명 드루킹)씨가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 활동을 벌였음을 보여 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유령’ 출판사를 차려 놓고 사람을 불러모았다. 수십 명이 모인 장면을 목격한 이가 있다. 경찰이 김씨를 체포할 때 그곳에서 약 170개의 스마트폰을 압수하기도 했다. 이 출판사는 책을 낸 적이 없으나 직원은 네 명이었다. 4층 건물의 1∼3층을 사용하며 매달 임대료 500만원을 냈다. 그는 블로그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역량으로 이긴 것이 아니다. 정교한 준비를 우리 진영에서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경찰은 지난 대선 때 그가 주도한 댓글 조직의 규모와 활동 자금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김씨는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대선 직전에 ‘좋아요’ 수를 늘려 특정 댓글이 여론을 주도하도록 했다고 김 의원에게 알리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메신저 대화에서 ‘감사하다’는 뜻의 ‘ㄳ ㄳ’라는 표현을 여러번 보냈다. 김 의원은 어제 2차 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 중반부터 의원회관 등에서 김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대선 뒤 그의 요구대로 한 로펌 소속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선 때 도와주겠다고 해서 접촉했을 뿐 김씨 활동에 직접 관여한 적은 없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그렇다면 왜 고위직 추천까지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댓글 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고, 현 정부의 실세 정치인이 방조 의혹을 받고 있는데도 경찰의 실체 규명 의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경찰은 김씨를 구속하고 수사 자료를 검찰에 넘길 때 김 의원이 등장하는 메신저 대화록을 보내지 않았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일반 시민이 집단으로 댓글을 다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매크로(추천 수 조작 프로그램)를 이용하거나 ID를 도용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난 대선 때 집단적 여론 왜곡 활동을 했어도 기계적 조작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범죄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김 의원도 “일반 시민이 온라인에서 하는 정치적 의사 표시나 지지 활동을 불법 행위와 동일시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만약 대선 후보 캠프나 정당에서 댓글 관련 작업을 하는 비공개 조직을 두고 지원했다면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이 계속 조직과 배후 규명에 머뭇거리면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검찰마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리는 과거 행태를 답습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다. 명명백백한 수사로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지 않으면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와 국정조사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혹을 파헤칠 수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이 현실을 냉철히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