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발가락 왜 잘렸는지 89년 일 기억나지 않는다"

 
군 복무를 기피하기 위해 발가락을 자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허태정(53) 대전시장 후보는 “발가락을 다친 경위를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지난 15일 선거캠프에서 연 공약발표 기자회견에서 엄지발가락 훼손 의혹을 묻는 말에 “1989년의 일이라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이미 과거 (유성구청장 출마 당시) 선거 과정에서 밝힌 내용"이라며 "(야당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모두 허위 사실이고 장애를 가진 저에 대한 폭력”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전 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50)씨는 “보통 사람은 자기의 몸에 난 조그만 상처라도 그 발생 경위를 죽을 때까지 기억하기 마련”이라며 “신체 주요 부분인 발가락을 잃었는데 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 호텔 ICC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두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 호텔 ICC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두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해명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허 후보 본인은 정작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민주당이 다친 경위를 다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행수 민주당 상근부대인변은 이날 반박 논평을 통해 "허 후보는 1989년 공사현장에서 철근이 발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엄지와 검지 발가락에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며 "당시 소망병원에서 검지 발가락은 치료에 성공했지만, 엄지가락은 상태가 좋지 않아 완전한 치료에 실패해 소실됐다"고 따졌다.
 
이어 "허 후보는 당시 학생 운동권으로 수사기관의 관심 대상으로 없는 죄도 뒤집어씌우던 시절이었음에도 병역 당국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명했다"며 "이후 장애 등급 판정을 받을 때도 문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민주당 대전시장·5개구청장 후보자들이 지난 9일 오전 대전 중구 더불어 민주당 대전시당 회의실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새로운 시작 비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 민주당 대전시장·5개구청장 후보자들이 지난 9일 오전 대전 중구 더불어 민주당 대전시당 회의실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새로운 시작 비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은 성명을 내고 “허 후보가 떳떳하다면 병원 기록이나, 산재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만 제출하면 깨끗이 정리되는 사안”이라며 “자신을 속일 수 있다 해서 현명한 대전시민 모두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허 후보는 대전시장 후보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허 후보는 1989년 9월 ‘5급 제2국민역(면제) 족지결손’ 판정을 받아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 오른발 엄지발가락이 없다는 판정이다. 허 후보는 85년 충남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족지결손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대전시장 이임식을 마치고 시청을 나서며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대전시장 이임식을 마치고 시청을 나서며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들이 권 전 시장 중도하차 이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권 전 시장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 가운데는 정무부시장과 성평등기획특별보좌관 등 2명이 남았다. 부시장은 지난해 9월 18일 취임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행정관 등을 지냈다. 특별보좌관은 지난해 11월 권 전 시장이 직을 잃기 직전에 임명됐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회원이기도 했다.
이는 충남도와 상반된 모습이다. 충남도는 지난 3월 안희정 전 지사가 성폭행 혐의로 사퇴하자 정무부지사 등 정무 라인이 일괄 사퇴했다.
 
이에 대해 한 대전시청 직원은 “정무직 인사들이 직접 선거와 관련된 말은 하지 않더라고 이들을 보면 임명권자나 임명권자가 소속됐던 정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무부시장은 “지방선거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특정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거는 쌍팔년도 이야기”라고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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