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요리하고, 서빙·설거지까지…요식업에 로봇 열풍

지난 4일 정오쯤 충남 천안의 신세계 충청점 5층 푸드코트. 스마트폰으로 ‘dilly.ai’에 접속해 음식 주문 번호와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자, 로봇 배달 요청이 접수됐다. 10분쯤 뒤 돌고래를 닮은 배달 로봇 ‘딜리’가 주방에서 치킨샐러드를 싣고 통로를 지나 테이블에 도착했다. 딜리는 주변에 어린이들이 다가오면 알아서 멈추기도 했다. 딜리가 가져온 온 음식을 꺼낸 뒤 딜리 뒤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딜리는 다시 주방 쪽으로 돌아갔다.
 
딜리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고려대 정우진 교수팀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다. 이날 자녀와 함께 매장을 찾은 백혜린(31)씨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배달해주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 속 그림’ 이었던 로봇이 일상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기존 제조업 등에 주로 쓰이던 로봇이 서비스 영역에도 도입되면서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전 세계 전문 서비스용 로봇 산업 규모는 2016년 47억 달러(5조450억원)에서 2022년에는 239억 달러(25조65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전문 서비스용 로봇 매출은 2014년 1615억원에서 2016년 4055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배달ㆍ서빙ㆍ조리 등에 로봇을 활용하는 등 요식업계의 로봇 이용이 활발하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음식의 조리부터 설거지까지 로봇이 도맡아 하는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가 미국 보스턴에 문을 열었다. 태국식ㆍ인도식 등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를 7~8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손님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면 로봇이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내고, 알맞은 사이즈로 자른 뒤 냄비에 담는다. 냄비는 재료가 골고루 섞이며 익을 수 있도록 계속 회전을 한다. 3분 만에 완성된 요리는 별도로 준비된 그릇에 담긴다. 요리를 마치면 로봇이 팬에 물을 뿌리며 설거지까지 한다. 인간 종업원은 요리된 음식을 손님에게 건네기만 하면 된다.   
왼쪽부터 인공지능 로봇 셰프 ‘몰리’,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 [사진: 각 사]

왼쪽부터 인공지능 로봇 셰프 ‘몰리’,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 [사진: 각 사]

 
일본의 HIS는 올해 초 도쿄에 무인 카페 ‘헨나카페’를 열었다. 손님은 키오스크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여기서 나오는 영수증을 커피 로봇에 찍는다. 7개의 관절로 이뤄진 로봇은 커피콩을 갈고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3~4분 만에 카운터에 내놓는다. 커피 원두를 버리고 필터를 청소하는 역할도 로봇이 한다.  

 
중국의 알리바바ㆍ징둥은 자체 제작한 로봇을 활용해 음식 주문부터 요리ㆍ서빙까지 전 과정을 로봇에게 맡기는 ‘로봇 식당’을 올해 내로 선보일 예정이다. 
송재복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만 쓰이던 로봇이 기술 발전으로 안정성과 조작성을 확보하면서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다”며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로봇의 가격은 낮아지면서 요식업계도 로봇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헨나카페'의 커피 내리는 로봇, ‘줌피자'의 피자 굽는 로봇,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 [사진 각 사, 김정연 기자]

왼쪽부터 '헨나카페'의 커피 내리는 로봇, ‘줌피자'의 피자 굽는 로봇,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 [사진 각 사, 김정연 기자]

 
실제 음식 조리에 로봇을 활용하는 곳도 많다. 일본의 회전 초밥 체인인 ’구라스시‘는 균일하고 위생적으로 초밥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찌감치 초밥 로봇을 도입했다. 인건비를 줄이고, 손님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미국에도 체인점이 들어섰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줌피자’는 로봇을 이용해 피자를 시간당 372개까지 만들고, 캘리포니아의 햄버거 업체 ‘캘리버거’는 패티를 굽는 로봇을 사용해 사람의 수고를 덜어준다.  
 
2016년 드론을 이용한 피자 배송을 시도한 도미노 피자 등 배달 로봇 이용도 활발하다. 미국의 로봇 회사 마블은 음식 배달서비스 ‘옐프잇24’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봇 배달을 시작했다. 
정우진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미국에서도 배달대행 업체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각종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반면 배달을 맡아줄 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로봇을 도입하려는 사업적인 유인이 커졌다”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이처럼 요식업계의 로봇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업종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이다 보니 단순ㆍ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에게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희열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로봇의 인력 대체 효과가 큰 대형 요식업체부터 도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 기술의 발전도 역할을 했다. 사실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실제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은 기술이었다. 관절을 자연스럽게 구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사람을 닮은 로봇) 기술이 향상되면서, 이젠 로봇 팔이 복잡한 요리 동작 등을 따라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영국 로봇개발사 ‘몰리 로보틱스’는 조리법에 따라 로봇 팔 두 개가 요리하는 인공지능(AI) 로봇 셰프 ‘몰리’를 선보였다. 재료를 가져와 냄비에 넣고, 국자로 음식을 떠주는 등 마치 사람이 직접 요리를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 로봇은 올해 유럽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자 장인의 동작을 모방해 움직이는 피자 로봇 ‘로디맨’이 등장했다. 이 두 로봇 모두 사람의 동작을 인식해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모션 캡쳐’ 기능을 이용했다. 기존 영화산업에서 컴퓨터 그래픽(CG) 제작 등에 쓰이던 기술을 로봇 제작에 적용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로봇 요리사’의 등장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안전성 우려로 로봇을 사용하려면 '안전 펜스' 등을 설치해야 했지만, 다음 달부터 요식업종 등에 이런 규제에 예외를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주방을 로봇에 맡기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김정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요리에 관한 지식을 학습하고 활용하는 ‘로봇 지능’ 분야는 발전했지만, 인간의 오감처럼 다양한 외부환경을 감지하는 ‘로봇 인식’ 분야는 이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며 “요리사의 섬세한 감각과 기술을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