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미훈련 중단 수용” 노동신문, 김정은 승자로 포장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한 지 하루 만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굳히기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침을 밝히자 북한은 곧바로 다음 날인 13일 정상회담에서 훈련 중단이 논의됐다고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고 밝힌 뒤 “(이 문제에)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리해(이해)를 표시하면서 조·미(북·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북)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북한에) 안전 담보를 제공하겠다”고 답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그간 한·미 연합훈련을 “도발적인 불장난” “전쟁을 고취하는 범죄 행위”로 비난해 왔다. 따라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이 같은 훈련을 중단시켰다고 대내외에 알려 김정은을 ‘승자’로 포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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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이 쓴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이란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도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대로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선의의(in good faith) 대화를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비핵화의 검증 및 구체적 조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 들어 있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도 13일 보도에 담지 않았다. 대신 북한이 계속 주장해 온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회담을 한 뒤 그간 주장해 왔던 ‘일괄 타결(all at once)’ 방법을 양보한 게 된다. 노동신문은 “조·미(북·미) 수뇌분들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 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을 같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 때 “김 위원장이 (평양에) 돌아가자마자 (비핵화)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노동신문엔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진전 여부에 따라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노동신문은 다른 식으로 보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 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조선(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고 전했다. 이는 비핵화 없이 일반적 관계 개선만 이뤄져도 대북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는 쪽으로 알린 것이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