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소상공인 "최저임금위 결정 불복종"

경기 용인에서 부인과 함께 동네빵집을 운영하는 이재찬씨는 정규직과 파트타임을 합해 7~8명을 고용한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지난해보다 인건비는 300만~400만원이 더 들어가지만, 월 매출은 4500만원으로 변함이 없다. 
이씨는 “손님은 늘지 않는데, 재료값은 올랐다. 빵값을 올려야 하지만 그러면 주변 프랜차이즈 가게와 경쟁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빵집은 이직률이 높아 초보라도 최저임금보다 많다. 여기서 더 오른다면 가게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본인이 하루 10시간 가게를 지키고, 나머지는 아르바이트 두 명을 쓴다.다. 이씨는 “야간 추가수당까지 합해 시급 1만원, 1인당 평균 200만원을 주고 나면 한 달에 250만원 남는다”며 “시급이 또 오르면 알바와 내 소득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700만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법정단체 소상공인연합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불복종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무산돼 전날 심야 회의를 통해 ‘소상공인 모라토리엄(불이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노동분과위원장은 “최저임금위 결정과 상관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에선 사용자와 근로자 간 자율합의를 통해 임금을 결정할 것”이라며 “모라토리엄은 소상공인 스스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국민 저항권으로 정부가 소상공인과 소통을 외면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저임금위가 우리를 범법자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상공인들이 이렇게 힘든데 남의 일인 듯 방치해선 안 된다”며 “이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면 그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 등 집단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의 결정 시한은 오는 14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비스업종의 생산지수는 최근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숙박업의 경우 지난 2016년 5%가량 성장했지만, 올 1분기에는 -3.2%를 나타냈다. 여가 관련 서비스업도 지난 2016년 6%대 성장률에서 올해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취업자 수는 98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8000명가량 감소했다. 
 
3만여 회원을 보유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동시 휴업을 추진 중이다.
 전편협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전국 편의점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며 “점주 수익이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어 폐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편협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함께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구간을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힘을 실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자만 약자가 아니고 영세 소상공인도 사회를 지탱하는 약자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임금인상을 당연시하기 이전에 큰 그림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과 중소기업에 가는 충격을 면밀히 살피면서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