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제재는 별개" 미, 유엔에 북한 밀수입 문제제기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혹독한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밀거래를 시도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안보리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북한이 정제유를 불법적으로 밀수입하면서 안보리의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AF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제재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이 연간 수입할 수 있는 정유제품은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미국이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해상에서 선박간에 옮겨싣는 방식으로 제재 상한을 넘는 정제유를 북한으로 운송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불법 환적에 관여한 북한 선박의 리스트와 일부 증거사진도 제출했다. 리스트에 들어있는 유조선의 경우 탱크의 3분의1만 채워도 연간 50만 배럴을 초과하게 된다. 밀수 횟수가 89회나 되는 만큼 이미 상한을 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적 용량의 90%를 채우면 상한의 3배에 가까운 136만7628 배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29일 일본 정부도 북한 유조선과 국적을 알 수 없는 선박이 물품을 옮겨싣는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포착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이 제시한 북한의 환적 의심사례는 총 8차례에 달한다.
 
미국의 이번 문제제기는 북한의 제재위반 사실을 유엔 회원국에 알리고, 북한의 추가적인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들에 주의를 당부하기 위한 의도로 전해진다.  
 
특히 미국과 북한의 대화국면을 맞아 대북 제재 수위를 풀어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중국과 러시아에는 경고의 성격도 지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또한 지난달 29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통화에서 유엔이 금지하는 선박 대 선박 환적을 통한 북한의 불법적인 석탄 수출 및 정제유 수입과 관련한 안보리의 모든 대북 결의안에 대한 전면적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전한 바 있다.
 
 
중국 소유 카이샹호가 지난해 8월31일 북한 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이 선박은 9월 18일 베트남 항구 근처 해상에서 다른 선박에 북한산 석탄을 환적했다.[사진 WSJ]

중국 소유 카이샹호가 지난해 8월31일 북한 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이 선박은 9월 18일 베트남 항구 근처 해상에서 다른 선박에 북한산 석탄을 환적했다.[사진 WSJ]

이번 미국 측 문제제기로 인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대화와 제재는 별개라는 미국의 입장이 분명해졌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북한의 대화 분위기가 다소 정체된 것으로 보이는 과정은 어쩔 수 없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두 나라간 대화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좋은 결말을 지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