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아닌 머릿니 전쟁...서울에선 강남 감염률 가장 높아

1990년대 서울의 한 대학교 의대생들이 농촌 초등학교에서 머릿니를 조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0년대 서울의 한 대학교 의대생들이 농촌 초등학교에서 머릿니를 조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주부 한모(37ㆍ서울 강남구)씨는 최근 초등학생인 딸(9)이 옮아온 머릿니와 전쟁을 치렀다. 며칠째 머리를 자주 긁는 모습에 이상하다 여겼는데 이 때문이었다. 며칠동안 머릿니 전용 삼푸로 머리를 감기고, 어렵게 구한 참빗으로 이와 서캐(알)를 잡아냈다. 허리께 까지 길렀던 긴 머리도 짧은 단발로 잘랐다. 옷와 침구 등도 모두 새로 빨고 소독했다. 한씨는 “아이가 머리 긁는 모습을 보고 이 때문일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내가 어릴 때도 본적 없는 머릿니가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돈다니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흡혈성 기생충 머릿니가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농어촌 지역 뿐 아니라 대도시에도 출몰한다. 12일 한국건강관리협회가 공개한 2017년 전국 초등학생 머릿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초등학생 1만1772명 가운데 머릿니 감염률은 1.7%(200명)으로 나타났다. 남학생(0.9%)보다 여학생(2.5%)의 감염률이 더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울산(4.4%)이 가장 높은 양성률을 보였고, 다음으로 충남(4.2%) 강원(3.4%), 전남(2.5%), 전북(2.4%)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 지역 감염률이 1.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강남 초등학생들의 머릿니 감염율이 유독 높게 나타난 이유에 대해 강재헌 인제대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모든 감염병은 사람 간 거리가 전파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강남이 워낙 학생이 많이 몰리고 학급당 학생 수가 많다보니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학교ㆍ학원에서 집단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추정했다.  
1990년대 서울의 한 대학교 의대생들이 농촌 초등학교에서 머릿니를 조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0년대 서울의 한 대학교 의대생들이 농촌 초등학교에서 머릿니를 조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머릿니에 의한 감염증은 머릿니가 물어 흡혈하면서 출혈ㆍ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주로 머릿니에 감염된 환자와 직접적인 머리카락의 접촉을 통해 옮기지만 빗ㆍ모자ㆍ 머리끈ㆍ머리띠ㆍ베개 등의 매개물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그러다보니 가까이 접촉해 생활하는 일이 많은 초등학생들에게서 많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머릿니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1만6887명이고, 이 중 10대 미만이 9619명(57%)으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2535명(15%)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발간한 머릿니 예방ㆍ관리 안내서에 따르면 머릿니에 감염되면 머릿니가 두피를 물어서 유발되는 출혈과 가려움증을 동반한 알러지 반응이 생긴다 또 머릿니 감염이 반복되면 코막힘, 콧물, 호흡곤란 등의 알레르기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안내서는 ”머릿니 감염증은 몸이 더럽거나 더러운 집에 살면 생긴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창피하다는 생각과 혐오감을 야기한다”며 “친구들로부터 놀림 받고 조롱당하거나 왕따를 당함으로써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기기도 하고, 가려움증으로 인해 수업집중력 저하 유발 및 수면장애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학교에서 머릿니 감염자가 발생하면 누가 최초 감염자인지에 주목하고, 지목된 학생이 따돌림을 받는 일들이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발견을 해도 주변에 알려 집단 치료하기보다는 쉬쉬하게 된다. 빠른 치료와 재감염 예방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관리ㆍ치료 독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머릿니 감염 예방ㆍ치료를 위해 전교생에 가정통신문을 돌리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가 전교생 가정에 보낸 머릿니 예방을 위한 가정통신문 [중앙포토]

최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가 전교생 가정에 보낸 머릿니 예방을 위한 가정통신문 [중앙포토]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 10년새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머릿니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과거 박멸됐던 머릿니에 비해 돌아온 머릿니는 더 강력해져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샤워보다는 목욕을 해서 물에 완전히 머리를 담가 씻어주는게 좋고, 머릿니 전용 샴푸와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되 성충과 서캐를 다 박멸하기 위해서는 1~2주 간격으로 최소 2회 이상 치료를 해줘야 한다”라며 “치룔와 함께 감염자가 사용한 침구나 빗, 모자, 옷 등을 살균 소독해야 재감염을 막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