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테러 막을 수도 있었다

책 속으로
레드팀

레드팀

레드팀
마이카 젠코 지음
강성실 옮김, 스핑크스
 
레드팀을 만들어라
브라이스 호프먼 지음
한정훈 옮김, 토네이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의 월드컵 사상 첫 조별예선 탈락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은 멕시코에 0-1로 진 뒤 스웨덴에 2-1로 겨우 이겼다. F조 예선 최종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었지만 독일은 한국에 0-2로 지고 쓸쓸히 짐을 쌌다. ‘전차군단’은 이미 내부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13년을 장기집권한 요하임 뢰브 감독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달성한 주력 선수들의 동기부여 문제, 터키계 미드필더 외질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 등. F조 최약체로 꼽힌 한국 팀에 대해선 ‘알 필요도 없다’며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독일은 월드컵 개막 전부터 붕괴하고 있었다. 그들만 몰랐거나 모르는 척했을 뿐이다. 독일 축구 대표팀에 ‘레드팀’이 있었다면….
 
레드팀을 만들어라

레드팀을 만들어라

‘레드팀(Red Team)’은 아군을 뜻하는 ‘블루팀(Blue Team)’의 반대편에 서 있다. 아군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활약하는 ‘가상 적군’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용어는 1950년대 미국 군대에서 생겨나 지금은 기업·정부조직·비영리단체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내부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지적하는 게 레드팀의 임무다.
 
레드팀의 연원은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 로마 교황청에서 성인으로 추대될 후보자의 덕행과 기적에 대해 ‘거짓’이라는 전제를 깔고 철저하게 조사한 ‘악마의 변호인’이 그들이다. 이러한 검증 덕분에 가톨릭 성인의 숫자는 적절한 선에서 유지됐다.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시성(施聖) 절차를 간소화한다며 이 제도를 폐지했다. 그 후 성인의 숫자가 크게 늘면서 희소가치가 급락했다.
 
레드팀을 다룬 두 권의 미국 경제경영서가 번역 출간됐다. 국제 안보 전문가인 마이카 젠코가 쓴 『레드팀』은 17건의 사례 분석을 통해 다양한 레드팀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독일 축구 대표팀. 내부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소홀해 몰락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독일 축구 대표팀. 내부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소홀해 몰락했다. [AP=연합뉴스]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 미연방항공국 산하에서 활동했던 레드팀이 민간 항공사의 보안상 시스템 결함을 발견하고 수차례 개선점을 건의했다. 하지만 이는 묵살당했다(사례 1).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가 사실인지 판단하기 위해 미 중앙정보국은 세 개의 각각 다른 레드팀을 꾸렸다. 이들의 정보와 자료를 종합해 오바마 행정부는 빈 라덴이 은신해 있을 가능성을 50%로 보고 넵튠 스피어 작전을 감행해 빈 라덴을 사살했다(사례 2).
 
젠코는 이 책에서 레드팀의 효과적인 활용 사례와 함께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들도 보여준다. 레드팀은 리더가 얼마만큼 그들의 활동을 용인해 주는지에 따라 활동 성과가 달라진다고 저자는 밝혔다.
 
경영 컨설턴트인 브라이스 호프먼이 쓴 『레드 팀을 만들어라』는 레드팀 적용의 범위를 기업경영으로 좁혀 탐색한다. 책은 레드팀 구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을 거둔 기업과 CEO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민간인 최초로 미 육군의 레드팀 지도자과정을 졸업한 저자는 ‘진주 목걸이 분석’ ‘주요 가정 검증’ 등 레드팀의 분석 도구와 기법도 소개한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레드팀원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당신의 상사 또는 그보다 더 높은 상사가 작성한 계획일지라도 그것의 결함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더 중요한 건 레드팀의 쓴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리더의 용기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