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 중국 돈의 덫에 걸린 개도국, 빚더미 올라 파산 위기

지난 7월 2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7월 2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310억 달러)·영국(187억 달러)·독일(177억 달러)·일본(104억 달러)·프랑스(92억 달러)·스웨덴(70억 달러)·네덜란드(58억 달러)의 순으로 많다. OECD 회원국이 아닌 중국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ODA를 외교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국에 바싹 따라붙고 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의 경우 2006~2015년 중국 차관 약 130억 달러가 유입됐다. 에티오피아는 이를 섬유·가죽 산업 등에 투입해 연 10% 전후의 고성장을 이뤘다. 1980년대 가뭄으로 기근에 시달리던 에티오피아는 살기가 나아지면서 인구도 2007년 7375만 명에서 2016년 1억240만 명으로 늘었다. 2050년까지 1억9000만 명의 인구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경제성장과 함께 외채도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 중국 차관인 에티오피아의 대외부채는 2008년 28억 달러에서 2016년 220억 달러로 늘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규모보다 더 큰 문제가 차관 공여 방식이라고 최근 지적했다. 에티오피아에선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인도양에 접한 이웃 나라 지부티의 항구까지 750㎞를 잇는 철도가 지난 1월 개통했다. 내륙국인 이 나라는 수출의 90%가 지부티를 거치는데 이 철도의 개통으로 과거 자동차로 사흘쯤 걸리던 것을 불과 10시간으로 단축했다. 문제는 철도 건설비 34억 달러의 70%가 중국수출입은행의 융자로 이뤄졌는데 공사도 중국의 국영철도회사인 중국중철과 중국토목공정그룹이 맡았다는 점이다. 아디스아바바 시내를 달리는 LRT(차세대형 노면전차)도 건설비의 85%를 중국수출입은행이 맡았다. 아사히에 따르면 중국은 차관 계약을 맺으면서 설계부터 운행까지 ‘차이나 스탠더드’ 적용을 요구했다. 기자재도 중국산을 쓰고 건설 공사도 중국 업체가 맡게 했으며 심지어 운영도 상당 기간 중국인이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차관인지 투자 계약인지 불분명할 정도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에 ‘차이나 스탠더드’를 적용하면서 마찰음을 일으키는 사례의 일부라고 아사히가 최근 보도했다. 개도국을 지원하면서 ODA인지 비즈니스인지 헷갈릴 정도로 융자·건설·투자를 면밀하게 결합하는 것이 ‘차이나 스탠더드’의 핵심이다. 서구는 원조·투자·교역을 구분하지만, 중국은 반대로 ‘원조와 비즈니스가 혼합된 혼연일체형’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지원받는 나라가 발전하면서 중국도 시장을 넓히고 투자를 확대하며 함께 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독이 있다. 중국 ODA는 무상 공여보다 나중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차관에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2014년 중국 정부 백서에 따르면 2010~13년 대외원조 총액 893억 4000만 위안(약 131억 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차관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이자도 서구 차관이 1% 정도의 저리인 데 비해 중국 차관은 3.1%의 비교적 고율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제공방식도 서방국가들과 사뭇 다르다. 우선 ODA 자금으로 사업을 벌일 때 투명한 국제입찰을 하는 대신 중국 기업과 수의계약을 하게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중국이 제공한 차관 등을 도로·철도·항만·공항·산업단지 등 경제 인프라 건설에 투입하고 해당 공사나 사업을 중국 업체만 맡는 방식이다. 제공한 자금을 사실상 중국이 다시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이런 조건에도 개도국이 중국 차관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선진국은 ODA를 제공하면서 투명성 확보와 부패방지 방안 마련, 민주화 등을 조건으로 다는 데 비해 중국은 이런 요구를 전혀 하지 않아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통치자가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은 내란이나 독재, 저개발로 국제신용도가 현저히 낮은 나라에도 쉽게 돈을 빌려줬다.
 
더 큰 문제는 중국으로부터 까다롭지 않게 자금을 얻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돈을 빌렸다가 빚더미에 앉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2016/17년 국가채무가 외환보유 214억 달러의 2배가 넘는 564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하나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건설을 위해 620억 달러 이상의 빚을 진 것이 악수였다. 중국 돈을 빌려 투자와 건설 나섰다 빚더미에 올랐다.
 
이에 따라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연내 60억~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협의를 진행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MF의 최대 출자국인 미국은 중국 차관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에 투자했다가 부채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나라에 대한 구제금융을 해주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 WSJ에 따르면 미국 상원의원들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중국이 채무 조정 과정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은 프로젝트의 지분을 가져간다든지 외교·국방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IMF가 파키스탄을 지원하는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고 지원 불가 방침을 밝혔다. 중국 차관을 감당할 수 없어 미국과 IMF에 손을 벌리려던 파키스탄은 진퇴양난이다. 스리랑카도 2010년 중국 차관으로 전략요충지인 남부에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했지만, 적자가 쌓이자 결국 부채 11억 달러 탕감 조건으로 지난해 11월 중국에 99년 운영권을 넘겼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5월 새로 집권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550억링깃(약 15조원)이 들어가는 688㎞ 길이의 동부해안철도(ECRL) 자국 내 구간 건설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중국수출입은행이 사업비의 85%를 대출하고 시공도 중국교통건설이 맡았다. ECRL은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시작해 라오스·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을 지나 서부 믈라카 해협의 항구까지 연결하는 철도 노선이다. 중국이 인도차이나 반도와 동남아시아의 물류를 장악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마하티르가 분노한 것은 말레이시아가 빌린 돈으로 중국 업체가 공사를 독점한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총선에서 마하티르를 지지해 정권교체를 이룬 많은 말레이시아인도 이에 공감한다. ‘차이나 스탠더드’를 적용한 중국식 ODA가 곳곳에서 벽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중국 차관을 받은 나라 중 파키스탄·몽골·라오스·캄보디아·스리랑카의 채무 위기가 높으며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케냐·이집트에서도 위기가 고조된다. 재정문제나 독재 등 다양한 이유로 국제기구나 서구 국가가 차관이나 지원을 꺼리는 동안 중국이 차이나 스탠더드를 앞세워 ODA 외교를 활발하게 벌였지만 예상치 못했던 파열음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셈이다. ODA에서 액수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투명성 있는 관리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군사기지 노린 중국, 남태평양 섬나라에도 돈 바람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남태평양 섬나라에도 중국 돈 바람이 거세다. 올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유치한 파푸아뉴기니에선 중국과 호주가 원조 경쟁을 벌인다.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 명목금액 통계 기준 국내총생산(GDP) 211억 달러에 1인당 GDP 2613달러의 가난한 나라 파푸아뉴기니가 정상회의를 유치하자 호주가 개최 비용의 3분의 1 정도를 부담하기로 했다. 중국은 회담장소인 국제회의장 수리를 맡았으며 1억 달러 이상을 들여 주립병원과 대학 건물을 짓고 있다.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원조다.
 
하지만 곳곳에서 갈등도 적지 않다. 솔로몬제도에선 호주 시드니까지 이어지는 해저 케이블 설치 공사를 중국계 기업인 글로벌 마린 시스템스가 맡으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이 업체는 중국 국영통신기업 차이나텔레콤(中國電信)과 네트워크·통신장비사인 화웨이(華爲)가 합작해 영국에 설립한 회사다. 사업이 발표되자 호주비밀정보국(ASIS)이 지난해 마나세 소가베레 당시 총리에게 중국의 해킹 우려가 있다며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지난해 11월 물러난 소가바레 총리가 최근 중국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정치문제로 번졌다.
 
중국은 바누아투에서 종합경기장과 복합 스포츠시설, 국제회의장을 지어주는 것은 물론 총리실 개보수까지 지원했다. 중국이 그 대가로 군사기지 제공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통가 왕국에선 1100만 달러를 들여 정부합동청사를 짓고 있는데 이 나라는 대중 채무가 불어나면서 대외채무비율이 GDP 대비 40%가 넘었다. ODA의 역설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