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모바일 금융 확대하되 대기업 사금고화는 막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환영했다. 반면 정의당과 시민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당론을 변경하려면 의원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및 금산분리 원칙 준수’는 문 대통령 후보 시절의 주요 경제 정책이다.
 
금산분리란 산업자본(재벌과 대기업)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게 법적으로 막는 것이다. 은산분리란 이중에서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경영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1950년 은행법 제정 때부터 이어진 오랜 원칙이다. 한국에서 일반 기업이 보험사나 증권사를 경영하는 사례는 있지만 은행 경영권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에 대한 보유 한도를 4%로 제한하고 있다. 의결권을 포기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10%까지 허용한다. 금산분리는 느슨하게, 은산분리는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은산분리 일지
1950년 은행법 제정, 은산분리 원칙 수립
1961년 은행 국유화
1983년 은행 민영화, 동일인 주식보유한도 8%
1994년 동일인 한도 4%로 강화
2009년 지분한도 4%에서 9%로 완화
2013년 지분한도 4%로 다시 강화
2017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출범
은산분리(Separation of Banking and Commerce) 정책의 원조는 미국이다. 하지만 한국과는 반대로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이 일반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했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미국의 은산분리는 월가를 정점으로 한 경제력 집중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1910년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0% 정도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이사회가 JP모건 등 월가 투자은행 등에 의해 사실상 장악돼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머니 트러스트(금융독점체)라고 불렀다. 1929년 대공황 이후엔 시중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면서 은행의 기업 지분 장악을 금지했다. 1956년 은행지주회사법 제정을 통해 기업의 은행 지배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월마트 등이 고객에게 단기 대출을 해주는 산업대부조합(ILC)과 주로 보험사·증권사 등이 대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등의 등장으로 은산분리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은산분리를 강조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독일을 비롯한 EU 국가들은 기업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려면 정부 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소유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일본은 2000년 산업자본이 인터넷 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했다. 대신 금융 당국이 인터넷 은행 보유 자산의 리스크를 관리한다.
 
청와대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는 공약 파기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후보 당시 공약집에도 ‘인터넷 전문은행 등에서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명시했고, 국정과제로도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와 인터넷 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 영역 확대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고 그를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금산분리 정책은 재벌이 은행을 제외한 금융 계열사를 경영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이를 포함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막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등을 분리하지 않으면 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없다. 교보그룹도 교보생명을 상장하려면 그룹의 뿌리인 교보문고 지분 대부분을 팔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같은 금산분리 정책에는 손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영선·강남규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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