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아마존은 왜 한 번도 배당을 안 하는가

김형태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

김형태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한다. 상대방을 초토화시킨다. 군사를 신속히 움직이기 위해 육해공을 장악한다. 정복한 다양한 영토를 통합해 스스로의 생태계를 구축한다. 무엇을 설명하는 말일까. 얼핏 로마제국 같은 제국(empire)을 설명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마존 얘기다. 아마존의 비즈니스모델은 제국의 성장모델과 정말 많이 닮았다.
 
제국은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금징수도 많이 한다. 제국 확장을 위해 투자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로마의 잘 정비된 도로, 수로, 강력한 군대, 성벽과 해자 건축 등이 그것이다. 그래도 주민들 불만이 없다. 앞으로 전리품으로 받을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제국도 닮았다. 1994년 창업해 1997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니 지금 25세지만 아마존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투자, 투자 또 투자만 한다. 제프 베조스는 이익엔 전혀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그래도 시장은 믿는다. 상장 후에도 계속 이익이 없다가 2003년부터 겨우 이익이 발생했다. 2012년, 2014년에도 손실을 봤다. 그래도 주가는 계속 오른다. 마치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나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기업 같다. 애플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장중에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주가가 주당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더욱 놀랍다. 아마존의 PER는 150배를 넘는다. 참고로 구글은 50배, 애플은 20배, 삼성전자는 8배 정도다.
 
아마존이 정말 부러운 이유는 베조스의 통찰력뿐만이 아니다. 배당을 안 해도, 황당한 사업 하다 실패해도 참아주는 미국 자본시장의 투자자들도 부럽다. 물론 아무 기업이나 참고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을 감동적으로 설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 스트리트에서 베조스는 “최고의 스토리텔러(the best story teller)”로 불린다. 아마존의 최종목표는 모든 소비재회사들이 스스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이용료를 지불하고 아마존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성장기 로마제국이나 하루가 다르게 유럽으로 영토를 넓혀가는 몽골제국을 보면 투자하지 않겠는가. 희망도 기대도 소진되는 자산인데 아마존은 아직까지는 투자자의 기대를 소진시키지 않고 있다. 아마존에 관한한 시장의 관심사는 이익과 배당이 아니다. 아마존의 다음 번 진출분야다. 최근 배송산업 진출을 선언하자 배송사들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파괴적이라는 것도 제국과 아마존의 공통점이다.
 
한국에선 지금 분야에 관계없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이 각광받는다. 마치 기업이면 항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한국 대기업들의 배당이 너무 적고 주가에 신경을 덜 쓴 탓에 생긴 현상이다. 하지만 기업 사정에 관계없이 무조건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거기다 단기적 주가 차익을 추구하는 투기적 펀드들까지 달려들면 더욱 문제가 커진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 하나 던져보자. 배당이 적으냐 많으냐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배당의 적정수준은 기업의 투자기회에 크게 의존한다.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많으면 배당을 줄이고 투자를 늘리는 게 주주들에게도 좋다. 배당으로 받는 금액은 적지만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마땅한 투자기회가 없으면 반대다.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나누어 주는 편이 좋다.
 
기술과 비즈니스가 복잡해질수록 과연 어떤 투자대상이 매력적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판단하기 힘들뿐 아니라 이를 투자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는 훨씬 더 힘들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CEO의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최고의 스토리텔러 베조스는 쉬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스토리로 엮어 낸다. 신규 사업이 기존 사업들과 기발하게 연결된다. 배당을 안줘도 불만 없고 주가가 오르는 이유다. 아마존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베조스와 함께 아마존제국을 건설하는데 동참한다고 생각한다. 하늘에 열기구 공중창고를 띄우고 드론이 오가며 배송하는 광고는 정말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듯 감동을 준다. 상점에서 절도범처럼 이것저것 물건만 챙겨 계산대 없이 그냥 갖고 나오는 광고도 마찬가지다. 일단 사람들을 흥미롭게 한다. 흥미를 느끼면 뇌가 열리고 뇌가 설득 당한다. 유라시아 초원을 건너 헝가리까지 온 징기스칸이 성벽이 높으니 드론을 띄우겠다는데, 공중열기구에 폭탄창고를 짓겠다는데 성공여부를 떠나 싫다고 할 주주가 있을까.
 
한국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한 주주권 강화의 목소리가 높다. 배당확대 요구가 대표적 예다.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배당 관련 주주권 강화가 진정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배당을 줄여 기업이 제안한 투자대상에 투자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투자에 반대하고 배당을 늘리는 게 좋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투자자의 판단력이다. 다른 하나는 좋은 투자기회를 발굴해 왜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과 주주에게 좋은지를 설득할 수 있는 CEO의 설득력이다. 아마존의 베조스처럼 멋진 스토리를 통해 주주들을 감동시킬 CEO의 스토리텔링을 기대해 본다.
 
김형태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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