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처럼 커지는 도시 … ‘신경망’도 진화가 필요하다

도시와 건축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하이드파크. 19세기 중반 조성됐다.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하이드파크. 19세기 중반 조성됐다.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안 모리스의 저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는 역사 속에서 문명이 꾸준히 발전을 하다가 갑자기 붕괴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국가가 발달을 하게 되면 여러 지역과 교역이 늘어나게 되고, 변방에 신생국가가 출몰하면서 폭력, 인구이동, 체제교체가 일어나는 것이다. 최초 핵심부의 권력은 점차 주변부 집단으로 이동하게 된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1200년경, 동양에서는 기원전 1050년경에 문명의 후퇴가 있었다. 이 책은 문명의 붕괴촉발 요인을 인구 이주, 국가 실패, 기근, 질병, 기후변화 등 다섯 가지로 꼽고 있다. 이 중 두 개 이상의 요건이 만들어지면 문명은 붕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원전 1200년 서양은 다섯 개의 원인이 있었고, 기원전 1050년에 동양은 이주와 국가 실패라는 두 개의 원인으로 멸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발전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발전이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힘들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19세기 국제금융의 등장으로 유럽과 아메리카의 경제가 연결됐고, 결과적으로 1929년 미국 증시 거품붕괴 후 유럽의 국가경제도 동반 추락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더 크고 복잡한 핵심부는 더 크고 위협적인 혼란을 초래한다. 하지만 이때 더 많은 정교한 해법이 나타나면 이를 피할 수가 있다.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의 교훈이 있었기에 2008년 리먼 사태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5대 요인 중 두 개만 있어도 문명 붕괴돼
 
문명이 발전할수록 그 집단의 다양한 요소들 간의 연결 시냅스 숫자가 크게 증가한다. 이때 엄청난 양의 관계들이 컨트롤이 안 되면서 문명은 붕괴한다. 예를 들어, 도시가 커지면 인구가 늘어나게 되고 인구가 늘어나면 위생상에 문제가 생겨서 붕괴 다섯 요인 중의 하나인 전염병이 생겨나게 되고 도시는 붕괴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 요인 중에서 기근과 기후변화를 제외한 이주, 국가 실패, 질병은 건축 및 도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이다.
 
이 원리를 현대사회의 상황에 적용해보자. 과거에는 미디어를 장악했던 자들이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알타미라 동굴에 벽화를 그리던 제사장이 최초이고, 이후 문자를 가지고 세금징수를 한 메소포타미아의 왕들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고딕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조각품이라는 미디어 수단을 가지고 있었던 기독교와 교황은 권력의 중심부를 장악했다. 이들은 수도원에서 책을 필사본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출판미디어도 장악했다. 당시에는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에 문자미디어를 장악한 것은 엄청난 권력이었을 것이다. 이후 금속활자가 발명되었고 덕분에 문맹률이 떨어지게 된다.
 
로마의 콜로세움은 로마제국이 1세기 말 건설한 원형경기장. [중앙포토]

로마의 콜로세움은 로마제국이 1세기 말 건설한 원형경기장. [중앙포토]

그러자 문자와 미디어의 권력은 신문과 방송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신문의 힘이 컸다. 문맹률이 떨어질수록 신문 구독자수는 늘어나게 되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은 주요 신문사에게 돌아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1940~70년대에 그러했다. 시대가 변해 TV가 가정마다 보급되면서 방송의 힘이 점점 커지게 된다. 그래도 신문과 방송까지는 중앙집권식 권력이었다. 몇몇 주요 언론사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고 방송국은 몇 개뿐이었다. 이후 케이블 방송국이 생겨나면서 점차 지상파 방송의 권력에 누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술의 혁명이 일어났다. TV는 집집마다 있었다면, PC와 스마트폰은 개개인이 가지게 됐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누구나 휴대전화의 키보드와 카메라로 미디어 콘텐트를 만들어서 올릴 수 있는 SNS의 시대가 왔다. SNS는 비싼 방송장비를 가지고 중앙통제식 권력을 가지고 있던 방송국들의 권력을 주변부로 분산 이동시켰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기사와 여론을 만들고 심지어는 조작도 가능하다. 드루킹 사건은 이런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SNS는 기존 시대의 시스템이 손쉽게 전복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촛불과 탄핵 사건이다.
 
과거에는 임금과 몇 명 제후만 있으면 국가 전체가 통제 가능했다. 근대에 와서는 대통령, 장관, 경찰, 군대, 국영매체 시스템으로 국가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시민단체나 일부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소수가 여론을 만들고 SNS를 이용해서 실제보다 더 크게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노조는 마치 베이징의 황제를 위협하던 신무기를 갖춘 변방의 신흥세력과 마찬가지다.
 
인터넷 SNS의 발달로 권력이 중앙통제식에서 ‘탈 중심 분권화’로 바뀌었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 중앙과 변방의 대결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라디오에서 팟캐스트로 이동 중이고, TV에서 케이블로 이동했다가 지금은 넷플릭스로 바뀌었고, 거기서 더 나아가서 유튜브로 이동 중이다. 이미 거대한 방송국과 신문언론사들은 과거에 비해서 많은 권력을 빼앗긴 상태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은 권력과 미디어의 관계를 더욱 난해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 인터넷은 그나마 구글과 네이버 같이 플랫폼을 제공하는 몇몇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이러한 상황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더 많은 분권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를 만들 것이다. 디스토피아적으로 예상한다면 결국 이 복잡성을 통제할 방식은 인공지능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국내 최고의 미디어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는 대문 페이지 기사배치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네이버는 대문 페이지 기사배치를 인공지능이 한다고 선언했다. 그게 공평하다는 것이다. 과거 미디어에서 편집국장의 권력은 막대했다. 그것을 인공지능에게 넘겨준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대문 페이지 편집 알고리즘을 짜는 프로그래머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시대가 오면 그런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이 프로그램도 짜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인간·도시 간 적절한 컨트롤 방식 나와야
 
현대도시는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와 휘발유 에너지 그리드, 상하수도 시스템, 교통제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이런 상황은 더욱더 복잡해질 것이다.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지금의 수해관리 시스템은 1년 중 여름 장마철만 조심하면 되던 상황과는 다르다. 과거에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둑으로 장마철 홍수를 컨트롤했다면, 지금은 지역마다 빗물저장탱크 공사를 하고 있다. 서서히 우리 도시에서도 컨트롤 시스템이 분산되고 복잡해지는 것이다.
 
공룡이 멸종된 건 생명 유지 시스템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손은 작아서 사용 못하고 턱만 발달한 공룡은 겨우 버티다가 기후변화로 멸종했다. 이 도시도 공룡처럼 커지는데 턱만 발달해서는 어느 순간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늘어나는 현대도시의 시냅스들을 통제할 방식이 필요하다. 전체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 적절한 컨트롤 방식의 ‘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대량 난민의 이주가 발생하고 있고 기후변화가 벌어지는 시대다. 문명붕괴 다섯 요소 중 두 개가 추가됐다. 위기상황이다.
 
건축은 사회·정치·경제 시스템과 더불어서 문명을 유지하고 컨트롤하도록 돕는 장치다. 인류 초기 터키 남부에 있었던 문명인은 ‘괴베클리 테페’라는 장례식을 위한 건축물을 만들어 종교지도자의 힘을 키웠고, 이는 향후 정치지도자의 발생을 촉발했다. 건축은 최초 사회 권력시스템의 발생을 만들어낸 장치다. 괴베클리 테페를 한 장소에서 짓기 위해서 오랫동안 사냥을 못 나가게 되니 농사를 지어야 했다. 괴베클리 테페는 농업경제 시스템도 만들어냈다.  
 
파리 지하의 하수도관 시설. 파리 지하를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하며 도시의 오물을 배출한다. [파리 하수도박물관]

파리 지하의 하수도관 시설. 파리 지하를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하며 도시의 오물을 배출한다. [파리 하수도박물관]

그리스 원형극장은 이 권력을 시민에게 분배시켜주는 기능을 수행했다. 올림포스 경기장은 전쟁을 대체하는 새로운 힘겨루기 방식을 제공했고, 전쟁의 빈도수를 낮추어 사회를 더 유지하기 쉽게 했다. 로마는 원형극장과 올림포스 경기장을 합쳐서 원형경기장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사냥·전쟁·스포츠를 합친 건축 융합공간을 만들었다. 로마의 아퀴덕트와 분수를 이용한 상수도 시스템, 파리의 하수도 시스템, 런던의 최초 도심 속 공원 하이드파크도 모두 다 복잡한 사회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더욱 세밀하게 인간 사이 관계의 시냅스를 조절하는 건축 장치들이다.
 
방송국보다는 유튜브 BJ가 권력을 가지고, 정식 기사보다는 근거 없는 자극성 기사들이 넘쳐나고, 기사보다는 댓글이 더 중요하고, 소수 과격분자들이 언제라도 인터넷 폭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기후변화까지 시작된 시대다. 건축은 문명의 유지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고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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