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탄핵당하면 시장 붕괴” 11월 선거 승부수

지금 워싱턴에선 무슨 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한국전·베트남전 등 참전용사 33명에게 훈장을 줬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한국전·베트남전 등 참전용사 33명에게 훈장을 줬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페기 누난은 대통령에게 있어 ‘성격’(character)은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은 총명하고 영특하고 실용적인 인재들을 구해 쓸 수 있지만, 용기(courage)와 품격(decency)은 살 수 없고, 특히 강한 도덕성(strong moral sense)은 빌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스타일을 둘로 나누면 큰일을 하고 싶은 대통령과 크게 되고 싶은 대통령이 있는데, 레이건은 전자에 속한다고 본다. 후자는 비전보다 성취욕이 앞서기 때문에 자칫 실패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편에 속할까?
 
지난 11일 발간된 워싱턴포스트 출신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공포: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라는 책 한 권이 미국 정계를 강타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에 유리한 러시아의 개입 스캔들로 특검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가톤급 폭탄이 터진 것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예측불가능하며, 정책에 대한 몰이해와 충동적 의사결정 때문에 참모들이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보좌관들과 장관들이 “재앙”을 막고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빚어진 갈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해고한 제임스 코미 전 미국연방수사국 (FBI) 국장의 회고록 『더 높은 충성심:진실, 거짓말 그리고 리더십(A Higher Loyalty: Truth, Lies, and Leadership)』이 발간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포문을 열었다. 그 요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기에는 도덕적으로 부적합하고, 미국의 기본가치를 위협하는 충동적인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예측불가 리더십 폭로 잇따라
 
한술 더 떠서 지난 7일 뉴욕타임스에는 익명의 행정부 고위관료가 기고문을 보내어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태로운 행동을 견제하는 행정부 내 “저항세력”(resistance)의 일원이며, 문제의 근원은 대통령의 “비도덕성”(amorality)이라고 지적하였다. 대통령은 백악관 안팎의 “이름 없는 영웅들”에 의하여 제어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중적 대통령제”(two-track presidency)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우방과 동맹국들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익명의 기고자는 외교정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의 독재자들, 예를 들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지도자들을 선호하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이나 같은 생각을 가진 우방국들에 대한 연대감은 진정성 있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1970년대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전격 폭로하여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결국 자진 사임케 한 장본인인 우드워드의 이 책은 이러한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적 혼란상과 뒷이야기들을 관련자 인터뷰를 통하여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직 백악관 비서실장인 존 켈리 전 해병대 사령관이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표현했다던지, 트럼프의 백악관을 “미친 동네”라고 했다면 이는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올 초에 국가안보회의를 마친 뒤 대통령이 자리를 뜨자마자 화를 내면서 “대통령이 초등학교 5, 6학년 수준의 이해력과 행동을 보인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에피소드도 소개하고 있다. 설마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세계 초강대국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권위에 커다란 금이 가는 발언이다. 정작 당사자들은 책에 인용된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우드워드는 그들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언론들 펜스 부통령 행보에 주목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다룬 유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FEAR)』.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다룬 유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FEAR)』. [EPA=연합뉴스]

이러한 권위를 손상하는 노골적인 비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가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 정보원 같은 거짓말쟁이”이며, 이것은 “사기”(scam)이고 자신을 향한 익명을 이용한 공격이며 웃기는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맹비난하면서 “내가 진짜 책을 쓰겠다”고 펄쩍 뛰고 있다. 우드워드의 책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랍 포터 전 백악관 보좌관,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장,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존 다우드개인변호사 등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지만 이렇다 할 반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익명의 뉴욕타임스 기고자에 대한 색출이 시작되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가장 먼저 “나는 아니다”라고 선언하면서 이를 증명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도 즉시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입장을 밝히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부적합성에 대한 언론의 비판에 대하여 펜스 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글을 올린 익명의 기고자는 미국 수정헌법 제25조를 거론하면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물러나야 할 경우에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귓속말들을 내각 내부에서 일찍부터 한 적이 있었지만 아무도 헌법상 위기를 촉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국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은 대통령 유고(有故) 시에 우리처럼 새로 대통령을 뽑지 않고 남은 임기를 부통령이 승계하게 되어 있다.
 
미국 수정헌법 제25조 4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내각이 판단했을 때” 부통령을 비롯한 정부 부처 및 장관급의 과반수가 의회에 서면으로 자격박탈 결정을 통보할 수 있고, 이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에 다툼이 있으면 부통령과 장관들이 의회에 결정을 재통보하고 상하 양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대통령 자격을 최종 박탈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즉각 나서서 서둘러 오해의 소지를 진화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미국의 언론들은 펜스 부통령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경기가 호조를 누리고 있고 미국 국민의 70%가 경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오히려 감소 추세다. 지난 9월 초 CNN 여론조사에서는 그 전달에 비해 6%포인트 떨어진 36%를 기록했다. 오는 11월 첫 번째 화요일에 실시되는 중간선거의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속한 공화당은 현재 상·하원 모두 과반수를 장악하고 있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상원은 공화당 박빙 우세, 하원은 민주당 우세로 미국 여론조사기관들은 점치고 있다. 낮은 여성 지지율도 공화당에는 불리한 요소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질 논란으로 위기에 처하고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면 오히려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도 나올 수 있다. 정작 민주당은 역풍이 두려워서 ‘탄핵’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는 데 비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탄핵당하면 시장이 붕괴되고 모두가 매우 가난해질 것”이라고 압박하면서 여소야대가 가져올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그는 또 지난 6일 몬태나주 유세연설에서도 “나를 탄핵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라고 운을 떼고 “여러분들이 투표를 안 하면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유권자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분명한 범죄 사실 있어야 탄핵 가능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이야기하는 탄핵이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작다. 미국 헌법 제2조 4항에 의한 의회의 정상적인 탄핵절차는 하원의원 과반수 찬성과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반역·뇌물수수, 기타 중범죄와 비행’을 저질렀다는 분명한 범죄사실이 필요하다. 다만 최근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47%는 탄핵 찬성, 46%는 탄핵 반대로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관련 로버트 뮬러 특검에 대한 신뢰도는 50%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30%를 훨씬 웃돌고 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49%가 탄핵 찬성으로 탄핵 반대 46%보다 앞서는 역전현상을 보인다. 앞으로 특검의 향배와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탄핵 여론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리더십 스타일이 당면과제인 북한 비핵화와 안보 및 통상 차원에서 한·미 동맹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선제군사공격을 위한 새로운 전쟁계획을 지시했는가 하면,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이를 폐기하려고 했다고 한다.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는 서한에 서명할까봐 대통령 책상에서 서류를 치워버린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백악관이 작동되는 메커니즘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운명은 한·미 관계는 물론 북한 비핵화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박진 한미협회 회장·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