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직격탄 홋카이도, 숙박 취소만 50만 명

관광 천국으로 불렸던 홋카이도(北海道)가 심각한 지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대 진도 7(일본 기상청 기준 최대 흔들림)의 강진이 발생한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홋카이도 내 숙박 예약을 취소한 사람이 최소 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약 취소로 인한 피해액은 이미 100억 엔(약 1000억원) 수준이다. 일본여관협회 홋카이도지부 등이 집계 중인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홋카이도 관광은 여름과 가을이 대목이다. 7~9월에만 한 해 전체 관광객의 40%에 달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홋카이도를 찾는다. 하지만 올해엔 유명 관광지들이 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삿포로의 조잔케이(定山溪) 온천에서만 적어도 3만 명이 예약을 취소했고, 홋카이도 남동부 구시로(釧路)에 위치한 아칸코(阿寒湖) 온천에서도 9월 예약자 8000명이 숙박을 취소했다. 야경 등으로 유명한 하코다테(函館)에선 숙박 취소로 인한 피해액이 20억 엔을 넘었다.
 
아사히카와(旭川)의 동물원은 지난해엔 9월 한 달 동안에만 약 14만 명의 방문객이 몰린 인기 관광지다. 하루 4000~5000명 수준이던 관람객이 지진 발생 뒤엔 하루 평균 2000명으로 줄었다. 특히 온천이나 숙박시설에 전혀 피해가 없는 곳에서도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수학여행객들이 줄면서 관광 대목을 겨냥했던 이벤트와 축제도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9월에 열리는 ‘삿포로 가을 축제’는 행사 기간이 8일이나 줄었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자 운하 등으로 유명한 오타루(小樽)는 운하에 조명을 비추는 ‘일루미네이션’을 일시 중지했다.
 
궁지에 몰린 지자체나 여행업계는 필사적이다. 9일까지 불과 4일 만에 1만2000명이 온천 예약을 취소한 노보리베츠(登別)시에선 지역 관광협회가 홈페이지에 “현재 모든 숙박시설이 정상 운영 중”이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4개 국어로 올렸다. 조잔케이 온천에선 30일까지 당일치기 온천욕 가격을 반값으로 낮췄다.
 
홋카이도는 일본 정부가 성장의 엔진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전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하지만 전력 공급 불안정으로 인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절전을 이어 가야 하는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경우 관광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장기화할 수 있다. 게다가 홋카이도에선 진도 3~4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일거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각국의 관광 당국, 미디어 등 모든 루트를 통해 지진 피해 지역의 안전성, 항공편의 운항재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올림픽위원회는 그동안 검토해온 2026년 동계올림픽의 삿포로 개최를 단념키로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지진 피해 등으로 인해 지금 유치 활동을 벌일 입장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2026년이 아닌 2030년 동계올림픽 유치로 목표를 틀었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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