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평양 회담서 ‘문의 기적’ 기대한다”

기로에 선 북·미 비핵화 협상 
이도훈(왼쪽 둘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오른쪽 둘째)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외교부에서 회담하고 있다. 이들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이도훈(왼쪽 둘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오른쪽 둘째)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외교부에서 회담하고 있다. 이들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분명한 약속을 받아낼지를 주시하고 있다.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시간표도 전적으로 3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느냐’는 중앙SUNDAY 질의에 “미국과 동맹국들은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동일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양국은 북한 문제에 관해 협력하고 있으며 통일된 대북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밝혔듯 남북관계 개선은 북핵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전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같은 질의에 국무부 논평으로 대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방북 결과를 본 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 및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일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확실히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열려 있는 문을 북한이 통과하도록 강제할 순 없다”며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스스로 통과하도록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자발적인 비핵화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볼턴 보좌관은 또 “(4월 판문점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1년 내 이루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은 ‘1년 안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네 번째 친서를 받은 이후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 협상팀의 기류도 일부 달라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핵 신고와 검증을 위한 사찰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할 경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연내 남·북·미 종전선언 일정까지 일사천리로 잡힐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5일 한국을 다시 방문한다. 지난 10~12일 방한 후 중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다시 서울을 찾는 이례적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북측과 상견례 성격의 판문점 실무 협상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도 북·미가 연내 핵 신고·사찰과 종전선언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해리 카자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방위연구국장은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문(文)의 기적’으로 부르기를 기대해 본다”며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과 함께 정확한 위치까지는 아닐지라도 핵무기 보유 현황을 신고하는 양보를 하는 대신 남북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트럼프 행정부의 서명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자니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비핵화를 완료할 것이란 김 위원장의 제안이나 북한이 9·9절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모두 중대한 진전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맞바꾼 것처럼 평양 회담에서 핵 신고와 종전선언을 교환하는 합의를 보게 될 것”이라며 “과거와는 다른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톱다운’ 외교 실험에 따라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의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평화 보장을 위해 전력 재배치를 포함한 남북관계 진전은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핵 시설 신고와 사찰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직접 다룰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누지 대표는 이어 “북한이 선 종전선언을 고집하면서 비핵화 조치를 계속 거부할 경우 한·미 간의 이견은 커지고 결국 문 대통령은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태담당 부차관보 역시 “북한이 이번주 초 노동신문 1면 사설에서 ‘최강의 전쟁 억제력’과 ‘만년보검’의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김 위원장이 핵 신고와 검증에 필수적인 사찰을 수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려는 건 개인적 이유 때문이기에 평양 회담에서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뤄진다 하더라도) 1차 회담보다 비핵화에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은 13일(현지시간)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미 재무부는 북한 정보기술(IT) 인력 수출을 주도한 북한 국적 정성화(48)와 중국 옌볜실스타, 러시아 볼라시스실버스타 등 위장기업 두 곳을 추가 제재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와 관련해 지난 6일 북한 해커 박진혁(34)을 기소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나온 추가 제재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다섯 번째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제3국 위장기업에서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북한 IT 노동자들을 통해 북한으로 불법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 시행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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