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23명, 1년간 육지로 갈 수 있다

“생큐, 코리아.” 두 달 전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모하메드(34)는 14일 오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빠져나오며 이렇게 말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서다. 앞으로 1년간 제주를 떠나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모하메드의 부인 리헨(30)은 11개월 된 아들 함자를 유모차에 태운 채 웃었다. 모하메드는 공항직원으로 근무하다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로 왔고 1년간 지낸 뒤 지난 5월 제주로 옮겼다.
 
이날 제주 예멘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신청 포기 3명 포함) 중 영유아 동반 가족, 임신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 23명이 모하메드 가족처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난민 신청자는 심사 후 난민 지위를 얻거나 인도적 체류 허가, 불허 등의 결과를 받는다. 이 중 인도적 체류허가란 난민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강제추방할 경우 생명·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임시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은 이유는 난민협약과 난민법상 5대 박해사유(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에 해당하지 않은 데 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도 출도제한 조치가 해제돼 제주를 떠나는 예멘인들에 대해 멘토링 시스템을 활용해 소재지를 파악한다. 설문 결과 23명 중 22명이 “제주 외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제주에 남은 400명이 넘는 예멘인 난민 신청자는 다음달 말까지 신원 검증, 국내외 범죄경력 조회 등 검증절차를 거친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인도적 체류허가자도 예멘 정황이 좋아지면 허가가 취소되거나 더는 연장되지 않을 수 있고, 중간에 국내 법질서를 위반할 경우 자격이 취소된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