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텐센트의 고민…국내 게임업계 '동병상련'

텐센트가 중국 정부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이달 안에 '아레나 오브 발러(중국명 王者榮耀·왕의 영광)' 등 주요 게임에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말입니다. 아레나 오브 발러는 중국에서 일일 실사용자만 5000만 명을 기록하는 중국의 국민 모바일 게임입니다. 지난해 1분기 매출 1조원을 넘기며 텐센트의 대표 게임으로 자리 잡았죠. 국내에서는 '펜타스톰'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는데요. 2018 아시안게임 e스포츠에서 팀경기 세부종목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아레나오브발러 공식 홈페이지]

[출처 아레나오브발러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게임에 빠져드는 것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그해 7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 게임을 '사회에 해로운 독'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텐센트의 행보가 한층 움츠러들었습니다. 셧다운제를 채택해 야간에는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고,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하루 2시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자발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텐센트에 대한 압박은 '몬스터헌터 월드' 등 다른 게임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올 초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5730억 달러로 페이스북보다도 비싼 몸값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약 3900억 달러로 2000억 달러 가까이 줄었습니다. 정부의 견제로 200조원이 넘는 시총이 날아간 거죠. 올 2분기에는 순이익이 179억 위안(약 2조9300억원) 감소하며 13년 만에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텐센트만이 아닙니다.중국 게임업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게임 개발사 '퍼펙트 월드'의 로버트 홍 샤오 CEO는 "시장 전체에 비관적인 기운이 감돈다"며 "더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고민은 무엇 때문일까요.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몇 년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던 중국의 비디오 게임 매출은 올 상반기 5.2%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중국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센터(China Internet Network Information Center)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7억7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5.8%가량입니다. 이미 시장 규모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더 이상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에서도 게임 외에 다른 놀거리가 많아진 점도 게임업계의 고민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더우인(抖音)'입니다. 더우인은 30초도 안 되는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틱톡'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누구나 쉽게 찍어서 편집하고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올 1분기 전 세계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배우 황징위의 더우인 영상 [출처 더우인]

중국 배우 황징위의 더우인 영상 [출처 더우인]

중국 단둥의 한 길거리 무명가수는 더우인을 통해 2300만 명의 팬을 거느린 스타가 되기도 했습니다. 모바일 게임사 '아워팜'의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동영상 클립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게임 사용자의 유입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규제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중국 교육부, 재정부, 신문출판서, 위생건강위원회, 시장관리감독총국 등 8개 부처는 아동과 청소년의 근시 예방을 위한 종합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동과 청소년의 시력 보호를 위해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일종의 중국판 '셧다운제'를 시행하기로 한 겁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게임 총량제를 실시해 신규로 유통되는 게임의 총 개수를 제한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이미 신규 게임 출시에 어려움을 겪던 게임업체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중국에서는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증인 '판호'를 받아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판호 승인 권한을 가진 국가광전총국을 중국 문화부에 통합시키고 판호 승인권한을 중앙선전부로 이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정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판호 발급을 미루고 있습니다. 신작 출시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게임업계로서는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임 사용자들은 신작이 아니면 돈을 쓰지 않습니다.
판호 발급이 사실상 중단되자 게임업체들은 신규 게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기존 게임을 보완한 베타 버전을 출시하며 이용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이 더 이상 신규 아이템을 사지 않아 돈 나올 구석을 찾기 어렵습니다.
 
FT에 따르면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스물여섯살의 한 중국 여성은 지난해 아침마다 스마트폰으로 '아레나 오브 발러'를 하며 5000위안(약 81만원)을 쓰던 열성 게임 유저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배틀로얄' 베타버전을 하며 돈을 전혀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는 "배틀로얄에서는 아이템을 살 필요가 없다"며 "이미 아이템을 많이 가진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냥 받으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중국 게임 업계의 부활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게임 내 채팅창에서 체제 비판적인 내용이 오고 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뉴스와 동영상 플랫폼, 모바일 앱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듯 게임 역시 철저한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한국 게임업계도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합니다.거대한 중국 시장을 노리고 사업을 진행했던 국내 게임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전략을 고민해야 할 순간입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만큼 국산 게임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 까닭입니다.
 
게임 부문 매출 타격으로 13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텐센트도, 사드 사태 이후 1년이 넘도록 중국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게임업계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차이나랩 김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