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대신 특강… '스펙민족' 젊은 층의 한가위 풍경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0일 오후. 강남역 뒤쪽의 한 대형 재수학원 근처에는 평소처럼 책더미를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긴 추석연휴를 앞둔 여유로움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만난 재수생 윤모(19)씨는 “할머니 댁이 가깝긴 한데 이번 명절은 그마저도 안 가고 공부하려고 한다. 급해서, 최선을 다해보려고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내내 스터디카페에 가서 공부할까 하는데, 5일 동안 하면 2점 정도는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또 다른 재수생 정모(20)씨는 “본가가 있는 천안에 내려가서 5일 내내 공부할 것 같다”며 “진주에 있는 할머니댁에는 안 가려고 한다. 할머니가 보고 싶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까... 내년에는 갈 수 있겠죠?”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한 재수학원에 마련된 '추석특강 신청서'. 22과목에 달한다. 김정연 기자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한 재수학원에 마련된 '추석특강 신청서'. 22과목에 달한다. 김정연 기자

 
추석 직후 '수능 D-50' "급해서요, 5일 내내 공부할래요" 
이번 연휴의 마지막 날인 26일이 수능 D-50일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과 학원들은 ‘마지막 스퍼트’를 노리는 모습이었다.
한 온라인강좌 사이트에는 ‘추석이 빡세면 설날이 행복하다’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고, 단과 강의를 주로 하는 서울 강남의 한 재수학원에서는 22(토)~26(수)까지 수학, 영어, 탐구, 논술 과목 등 빽빽한 시간표를 내놓았다. 
논술 강의 위주의 한 학원의 추석 특강은 벌써 인기 강좌가 마감됐다. 가장 빨리 마감된 강좌들은 추석 당일인 24일 오전부터 오후에 걸친 수업들이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한 강좌당 60명~90명 정도인데, 대부분 강의에 50명 정도는 신청한 상황”이라며 “D-50이 코앞이고, 마침 긴 연휴라 선생님들도 강좌를 많이 오픈했다”고 말했다. 이 학원의 추석 특강 수강생을 다 합치면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긴 명절 연휴에도 수험생 자녀는 ‘예외’인 경우가 많다. 최근엔 ‘예외’인 자녀의 범위가 넓어졌다. 고시학원이 밀집한 노량진에서도 ‘명절 예외’라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지난 19일 가본 노량진 거리에는 곳곳에 ‘추석 특강’ 포스터가 연이어 붙어있었다. 추석 당일인 24일, 다음날인 25일까지 특강을 9개나 여는 학원도 있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월,화만 특강으로 진행하고 나머지 연휴는 정규수업을 그대로 진행한다. 소방 공무원 시험은 10월이고, 경찰공무원 시험은 얼마 전에 추가채용이 떠서 학생들 공부 열기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입구에는 추석연휴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학원 문을 연다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옆 건물의 경찰공무원 시험 분원에서는 “월요일만 쉬고, 화요일부터는 정상수업을 한다. 자습실은 늘 열어둔다”고 전했다.

 
"붙고 나서 가면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 노량진의 추석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2018년 추석연휴를 앞두고 특강을 준비중인 학원들. 김정연 기자

 
시험이 10월 13일로 코앞에 다가온 소방공무원 준비생들은 대부분 남아서 공부하는 쪽을 택했다. 
노량진에서 만난 김무연(21)씨는 “내년 4월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추석에도 공부한다"며 "합격자들 얘기 들어보면 다들 연휴에도 공부했다고 하고, 지금 내 신분도 그렇고…가봤자 잔소리나 들을텐데…”라고 말을 흐렸다. 그는 집이 있는 인천 송도에 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 또다른 준비생 김모(25)씨는 “집이 통영인데, 가는 데만 4시간이 넘게 걸리니까 그냥 안 가고 공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지금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라며 가방을 추켰다. 조유미(21)씨는 “부모님이 시골에 할머니 뵈러 가는데 나는 안 내려간다. 가고싶긴 한데, 붙고 나서 가면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라고 했다.  
 
추석 공부열기는 시험의 종목을 가리지 않았다.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김모(26)씨는 “집이 문경이라 멀기도 하고, 집에 다녀오면 그 기간만큼 적응기간도 또 필요하니까 자습실 나와서 공부하려고 하는데 임용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럴 것”이라며 “시험이 60일 남짓 남은 시점이라 연휴를 쉴 여유가 없다”고 했다.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인 김혜지(30)씨는 “추석에 특강도 있고, 올해가 두번째 시험이라 마음이 급하기도 해서 그냥 공부하려고 한다”고 했다.  
 
추석 다음날인 25일 공무원 특강을 진행하는 선우빈 강사는 “공무원 강의를 16년째 했지만, 추석특강은 처음 한다”며 "인강도 있다고는 하지만 연휴에 풀어질 수도 있고 객지에서 추석을 보내느라 싱숭생숭할 학생들에게 마음을 다잡도록 송편은 못 해먹이더라도 특강이라도 잘 해주고 싶어서“라고 전했다. 박문각 남부고시학원의 한 관계자는 “9급은 올해는 더이상 채용이 없고, 내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고등학생으로 치면 3,4월이다. 신규든 재수든 내년을 생각하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시기라 추석에도 공시생들은 대부분 빡세게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