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동생은 도련님ㆍ아가씨인데, 내 동생은 처남ㆍ처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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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년차인 회사원 박모(32ㆍ여)씨는 “명절마다 가족들이 모이면 호칭 때문에 어색하다”라고 말했다. 박씨의 남편은 2남1녀 중 장남이다. 박씨는 남편의 두 동생보다 나이가 5살, 6살 많지만, 두 사람에게 아가씨, 도련님이라 부른다. 박씨는 “한참 어린 시동생들에게 아가씨, 도련님이란 호칭은 아무래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내가 아랫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며 “남편은 내 여동생에게 처제라 부르는데 나는 남편 동생들에게 존칭을 써야하니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2012년 국립국어원이 낸 ‘표준 언어 예절’ 에 따르면 남편 동생은 ‘도련님, 아가씨’로, 아내 동생은 ‘처남, 처제’로 부른다.  한 쪽은 존칭이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다. 관습에 따라 별 생각 없이 써왔지만, 최근 이러한 가족 간의 호칭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 제기는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시작됐다. ‘여성이 결혼 후 불러야 하는 호칭 개선을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글은 “여성이 시댁 가족 호칭은 대부분 ‘님’자가 들어간다”며 “하지만 남성의 처가 가족 호칭엔 ‘님’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자는 “심지어 남편의 결혼하지 않은 여동생과 남동생은 ‘아가씨’와 ‘도련님’이다”며 “반면 남성은 장모ㆍ장인ㆍ처제ㆍ처형이라고 부르는데, 2017년을 살고 있는 지금 성평등에도 어긋나며 여성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호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바로 고쳐져야 하며 수 많은 며느리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보호 받아야 할 권리며, 나라가 나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이 2016년 설문조사했더니 ‘도련님, 아가씨’, ‘처남, 처제’로 부르는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자가 65%였다. 
 
이미 ‘표준 언어 예절’과 달리 부르기 쉬운 호칭을 쓰는 가정도 많다. 회사원 이성민(36)씨 부부는 상대방의 동생들에게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른다. 이씨는 “아내 동생도 내 동생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처남보다 ‘OO아’하고 부르는게 편하다”라고 말했다. 주부 민지영(33)씨는 손 윗 시누이에겐 ‘언니’, 손 아래 시누이에겐 이름을 부른다. 민씨는 ”결혼 초부터 자연스레 그렇게 부르고 있다. 어색하지 않아서 좋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가족 간 성차별적 호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된 제 3차건강가족기본계획(2016~2020) 보완 방안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됐다.

 
김숙자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은 “남편의 동생은 나이가 한창 어려도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로 존칭을 쓰고, 아내의 동생은 존칭을 쓰지 않는다, 아내는 남편의 집을 시댁이라 하고, 남편은 아내의 집을 처가라고 하는데 이런 것도 차별이다”라며 “용어가 잘못됐다기 보다는 차별이기 때문에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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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써온 호칭인 만큼 대안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10여년 전부터 여성계에서 문제 제기 해왔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바뀌지 않았다. 김 과장은 “현재 국립국어원이 가족 간 호칭 개선에 대한 용역연구를 진행 중이다. 개인적으로 양가 모두 똑같은 가족인 만큼 손아래는 이름을 부르면 어떨까 싶다”라며 “정부가 호칭을 강제로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이런 것도 써보시라’고 제안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나이 든 사람은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데, 젊은 층은 다르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공청회ㆍ방송토론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개선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부르거나 같이 존칭을 쓰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권고안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면 국립국어원과 협의해 표준어를 변경하게 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