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J노믹스로 안팎의 경제 쓰나미 헤쳐나갈 수 있나

어제 금융시장에 ‘검은 목요일’의 폭풍이 몰아쳤다.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패닉 수준으로 출렁이면서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공포에 빠진 일부 투자자는 무조건 주식을 내다 파는 투매 움직임도 보였다. 금융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위기 국면에서 우리는 현실을 냉정히 따져 보고 거센 파도를 헤쳐나갈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정공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현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친(親)노조·경제민주화·소득주도 성장의 J노믹스는 이미 부작용 투성이다. 위기를 헤쳐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제는 정책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어제 코스피는 전날보다 98.94포인트(4.44%) 내린 2129.67에 장을 마쳐 18개월 만에 22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40.12포인트(5.37%) 내린 707.38로 마감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건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89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외국인은 8거래일간 약 2조3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은 10.4원 급락한 1144.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9%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 지수도 5.22%나 급락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휘청거린 건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의 폭락 탓이 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3.15%, 4.08% 떨어졌다. 미국 증시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중국과 신흥국의 불안에도 홀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악화 등이 겹치면서 독주 체제가 끝나는 분위기다. 미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전 세계에 풀려 나간 달러화를 거둬들이면 글로벌 경기도 직격탄을 맞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춘 3.7%로 조정했다. 수출 중심의 개방국가인 한국은 바로 영향권에 들어간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춘 2.8%로 예상했다.
 
이렇게 외부 변수가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는데 내부를 돌아보면 먹구름은 더 짙어진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 실험이 계속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차갑게 식고 있어서다. 이미 고용은 참사 수준이다. 지난 7월과 8월의 취업자 증가 폭(전년 동월 대비)이 5000명과 3000명에 그쳤다. 오늘 발표 예정인 9월 고용 동향 전망도 밝지 않다. 설비투자는 지난 8월에 1.4%(전월 대비) 줄어 20년 만에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소매판매도 제자리걸음(0% 성장)에 그치는 등 활력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도 정부만 엉뚱하게 “10개월 연속 경기회복 중”이라고 주장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도그마에 빠져 “정책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독선으로 일관한다. 소득은 경제 성장의 씨앗이 아니라 열매다. 경제가 성장해야 소득이 늘어난다. 기업이 투자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종업원의 소득이 올라가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구조조정·노동개혁 등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개혁의 길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혁신 성장’은 구호에 그칠 뿐 실천은 더디기만 하다. 대신 나랏돈을 투입해 임시 일자리를 만드는 식의 임시방편식 재정정책만 일관한다. 기존의 J노믹스로는 이 먹구름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비틀거리는 경제를 되살릴 방법은 체질 개선이라는 정석밖에 없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이 과감한 규제 완화와 노동개혁 등을 통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