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타는 사람이 혼잡통행료(2000원) 아끼자고 차 바꾸겠나…”

정부 미세먼지대책 자동차·석탄업계 반응
 
자동차 배기가스. [사진 AP통신]

자동차 배기가스. [사진 AP통신]

 
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나온 미세먼지 관리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친환경 디젤(클린디젤·clean diesel) 정책 폐기다.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정책의 주요 내용 대부분이 기존에 시행하던 정책의 연장선상이거나 이미 발표한 내용을 조금 강화하는 수준이어서다. 
 
예컨대 공공기관 친환경차 구매 비율 확대 정책은 지금도 시행 중이다. 다만 현행 구매비율(50~70%)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게 차이점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승용차보다 특수차(폐기물처리차·청소차·고가사다리차 등) 비중이 높다. 특수차처럼 대체 차종이 없는 경우 여전히 디젤차를 쓰도록 규정했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이 8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이 8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또 정부는 클린 디젤차를 저공해자동차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2016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은 저공해차에서 클린 디젤을 제외했다. 노후 경유차 퇴출이나 소상공인이 경유차를 폐차하고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 역시 기시행 중인 제도다.  
 
다만 경유차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소한 인센티브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예컨대 클린 디젤차 소유자는 연간 2차례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해야하던 환경개선부담금(지자체별로 2만~4만원 안팎)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납부해야 한다. 또 공공주차장 주차비나 혼잡통행료 감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디젤차는 약 95만 대로 추정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럭·버스·화물차 특장차는 연료효율·파워 때문에 가솔린차로 대체가 힘들다”며 “경유차가 가솔린차 대비 연료 효율이 15~30% 높고, 기름값도 10% 가량 저렴한 상황에서 고급 세단 소비자가 경유차 대신 가솔린차를 선택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클린디젤 정책 폐기를 발표한 정부. [연합뉴스]

클린디젤 정책 폐기를 발표한 정부. [연합뉴스]

 
전체적으로 정책 효과가 크지는 않더라도 디젤차 비중이 높은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파급 효과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디젤차 판매 비중이 70% 이상인 BMW그룹코리아는 “주력 모델이 디젤차인 상황에서 이번 정책 변화가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디젤 대신 BMW 3시리즈와 X5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이나 i3 등 전기차 국내 도입 비중을 늘리는 등 판매 라인업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디젤차 비중이 높은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현재 정부 인증을 받아 국내 판매 중인 5개 차종 중 3개(A4·A6·티구안)가 디젤이다.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은 “아직 정부 정책 변화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을 살펴본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령 화력발전소. 강찬수 기자.

보령 화력발전소. 강찬수 기자.

 
◇발전자회사 ‘유구무언’ = 정부는 미세먼지 배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발전소에서 내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가동 중지(셧다운) 대상을 조정하고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연료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업계는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언급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일제히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분야 정책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한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셧다운·연료세율 조정 조치가 발전소 인근 대기환경은 개선할 수 있지만 여기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 미세먼지까지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책 효과를 의심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도 “이번 정책을 추진하면 전기세가 급등할텐데 이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며 “보다 정밀한 액션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희철·김민중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