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난 버블덩어리, 언론 나와도 현실 안 바뀌어"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외상센터의 현실에 대해 언론이 수차례 조명을 해왔지만 현실은 부끄러울 만큼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국내 중증외상센터 분야의 시스템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지적했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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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교수는 자신을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자신을 ‘버블덩어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손석희 앵커가 “한 번 인터뷰 할 때마다 5000명의 적이 생긴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문을 열자 “저희 선배 의사 분께서 ‘아덴만의 여명’ 작전 직후에 언론에서 관심을 좀 가져주시고 나니까 조심하라고 걱정해 준 것”이라 설명하며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의사가 10만명이 넘고 저보다 뛰어난 의사도 굉장히 많다”며“제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에 비해 정책적으로나 국가 시스템적으로 자리잡는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버블이다. 저도 버블덩어리라고 생각해 사실 되게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덴만의 석해균 선장과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를 살리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가 관심을 받을 때마다 중증외상센터의 안타까운 현실도 함께 조명됐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국종 교수의 권역외상센터를 지원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돼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지원을 약속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사실 의료계 내에서는 이런 비통한 얘기들이 있다”며 “대형병원의 응급실로 내원해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조차도 병원 전 단계는 고사하고 소방대원들이 데리고 와도 수용을 못하고 수술을 못해 튕겨져 나가는 삶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그는 또 “저희는 24시간 출동을 하고 있고 소방헬기는 그래도 지상대원들이 지역의 소방대와 협조해서 어프로치를 하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다른 지역의 경우) 제가 말씀으로 올리기가 어렵다. 굉장히 상태가 안 좋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조명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 교수는 “(이제) 솔직히 드는 생각은 원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들이”라며 “다친 사람만 억울하다. 이런 것에 대해 지적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는 소위 말하는 블루칼라 레이버나 그런 분들만 집중타를 맞는다. 그런 분들은 정작 얘기할 통로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불합리하게 조치를 당해도 그냥 그렇게 해서 생명을 잃어도 그런가보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또 자신과 가까운 정치인이 서울 대형병원서 수술이 안 돼 10시간 헤맨 지인의 자식을 데려와 치료를 받게한 일화를 소개하며 해당 정치인에게 쓴소리를 한 일화도 털어놨다. 그는 “님께서는 이런 포지션에 계시니까 이 환자가 잘되는 것만 보셨지만 님을 모르는 대부분의 블루칼라 레이버들은 이런 경로를 겪지 않고 장애가 남았을 것이라 했다”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매일매일 세월호가 터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소위 이국종 예산으로 책정된 200억원이 어디로 갔나 확인할 수 있도록 언론의 심층 취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이 교수는 이날 국내 외상 진료 체계 개선에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적십자 박애장 금장’을 수상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는 지난 7일 오후 아주대학교 병원 이국종 교수에게 대한적십자사 박애장 금장을 전달했다. 적십자 박애장은 인명을 구제하거나 안전을 도모하는 데에 탁월한 공로가 있는 자에게 수여된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제공]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는 지난 7일 오후 아주대학교 병원 이국종 교수에게 대한적십자사 박애장 금장을 전달했다. 적십자 박애장은 인명을 구제하거나 안전을 도모하는 데에 탁월한 공로가 있는 자에게 수여된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제공]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