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만든 MUJI 호텔, 中 젊은이는 왜 열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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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 기자 사진 폴인 기자
밀레니얼에게 오늘의 도시는 너무 팍팍합니다. 그렇습니다. 1980~2000년에 태어나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소비집단인 밀레니얼 말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 건물주가 상권을 쥐고 흔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ㆍ골목 문화가 자본에 쫓겨나는 현상)은 밀레니얼이 도시에서 자리잡을 틈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기능과 효율을 앞세워 성장한 도시는 새로운 일과 삶을 추구하는 밀레니얼과 계속 부딪힙니다.
 
이런 도시를 밀레니얼이 꿈꾸는 도시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유하지 않아도 풍요로운,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일이 탄생하는 도시를 만들려는 시티체인저(City Changer)들입니다. ‘미래의 일’을 이야기하는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이 11월, 도시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한ㆍ일 시티체인저들을 만나보는 <시티체인저(City Changer) 2018: 밀레니얼의 도시> 컨퍼런스, 첫 이야기를 폴인인사이트에서 소개합니다.
 
① 손님보다 지역을 먼저 고려한 건축… 무지호텔 베이징 기획한 나카가와 케이분 UDS 사장
 
일본의 대표 디자인 호텔로 꼽히는 도쿄의 클라스카 호텔, 지역 음식과 숙박을 접목한 것으로 유명한 분카호스텔 도쿄, 호텔 업계를 넘어 세계 소비재 업계의 관심을 받으며 지난 6월 문을 연 무지호텔 베이징점과 내년 4월 오픈을 앞둔 무지호텔 긴자점…. 이들 호텔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디자인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이야기가 주목을 받았다는 것, 지역 사회와의 조화를 고려해 공간이 설계됐다는 것, 그리고 일본의 건축사무소 UDS(Urban Design System)를 거쳐 탄생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문을 연 무지호텔 베이징점의 모습. [사진 UDS]

지난 6월 문을 연 무지호텔 베이징점의 모습. [사진 UDS]

 
1992년 설립된 UDS는 공간을 기획할 때 “지역 사회에 가치를 창출하는가”을 우선적으로 질문하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첫 작품부터 조합식 공동주택 ‘코퍼레이티브 빌리지(Cooperative Village)’였다. 입주를 원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땅을 사고, 건물을 설계하고, 공사를 발주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호텔과 주택, 상업시설과 공공시설로 영역을 넓혔지만 핵심 철학은 같았다. “건물을 짓는 걸 넘어 마을을 만들겠다”는 의지 말이다. 예를 들어 2014년 가고시마현 사츠마 센다이시에 지은 주택단지 ‘스마트 하우스’에는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의 관리인이 상주한다. 시설을 안내하고 워크숍 같은 이벤트를 열어주며 지역 주민과 소통한다. 2015년 가나가와현 에비나시에 들어선 ‘리코 퓨처하우스’는 아예 지역민이 모여 뭔가를 배우고 일하고 휴식하는 장소로 기획됐다. 학생을 위한 과학 교실과 비즈니스 파트너가 모여 사업을 구상하는 공간,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식당이 들어섰다. 도쿄 클라스카 호텔은 자전거를 빌려주며 지역을 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스시 골목에 자리한 분카호스텔 도쿄는 일본식 선술집이 자리한, 지역 냄새가 물씬 밴 호텔로 평가받는다.
 
세계 최고 고서점가인 도쿄 진보초의 오래된 책방 이와나미 북센터를 서점과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가 어우러진 복합시설로 재탄생시킨 '진보초 북센터'. [사진 UDS]

세계 최고 고서점가인 도쿄 진보초의 오래된 책방 이와나미 북센터를 서점과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가 어우러진 복합시설로 재탄생시킨 '진보초 북센터'. [사진 UDS]

 
신축보다 오래된 건물을 고쳐 짓는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것도 UDS의 특징이다. 클라스카는 30년 넘은 노후 호텔을, 분카호스텔은 30년이 된 상업용 건물을 고쳐 만들었다. 올 4월엔 세계 최고의 고서점가 도쿄 진보초의 오래된 책방 이와나미 북센터를 서점과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가 들어간 복합시설 ‘진보초 북센터 with 이와나미 북센터’로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지역에 녹아들면서도 빛을 발하는 공간, 시민 스스로 운영하는 마을, 그 속에서 가치 있는 경험이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이런 독특한 철학은 이들 시설을 지역 명소로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지역 사회가 풍요로워졌다. UDS는 어떻게 ‘지역과의 소통’이라는 철학을 품게 됐을까. UDS의 철학은 밀레니얼의 고민과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까. 나카가와 케이분 UDS 사장은 26일 열리는 <시티체인저 2018: 밀레니얼의 도시>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UDS의 철학을 설명한다. 이번 컨퍼런스의 총괄 기획을 맡은 이원제 상명대 디자인대학 교수가 이메일을 통해 그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카가와 케이분 UDS 사장은 일본 대표 디자인 호텔인 클라스카 도쿄와 지난 6월 문을 연 무지호텔 베이징, 내년 4월 오픈을 앞둔 무지호텔 긴자점 등을 건축했다. [사진 UDS]

나카가와 케이분 UDS 사장은 일본 대표 디자인 호텔인 클라스카 도쿄와 지난 6월 문을 연 무지호텔 베이징, 내년 4월 오픈을 앞둔 무지호텔 긴자점 등을 건축했다. [사진 UDS]

 
UDS가 보는 밀레니얼의 특징은 무엇인가. 
물건을 사기보다, 행위 또는 체험을 사는 데 가치를 주는 점이다. 특히 일본의 밀레니얼이 태어난 시대는 버블 경제가 붕괴되고, 경제가 축소되며 인구가 감소하던 상황이었다. 일본의 밀레니얼은 필요 없는 물건은 되도록 사지 않으며, ‘못타이나이(もったいない ‘아깝다’라는 뜻)’라는 의식이 전(前)세대와 비교하면 상당히 강하다. 또한 밀레니얼은 대체할 수 없는 체험, 그러니까 자기가 스스로 경험한 행위, 스토리에 대한 공감, 만든 이의 생각이 깃든 상품을 선호한다. 이전 세대에게 주로 통했던 TV와 잡지로 대표되는 기존의 미디어, 공급자의 논리에 따른 광고 발신, 획일적인 브랜드 같은 것들이 밀레니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공감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을 통한 입소문이나 정보를 신뢰한다. 이런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세울 때는, 앞서 말한 공감이나 애착이 가는 스토리,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 중심을 둔 서비스, 대체할 수 없는 체험의 가치 같은 것들을 글보다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얼마나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발신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과부하 상태인 지금의 도시에 밀레니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고 보는지.
기성 세대가 만든 도시는 건물과 인프라처럼 하드웨어(Hardwear)적 요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비의 대상이 ‘물건(물건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소비)’에서 ‘행위(가치 있는 체험과 경험을 얻기 위한 소비)’로 바뀌고 있는 지금, 기성 세대가 만든 백화점과 쇼핑몰, 체인점 등은 밀레니얼에게 외면받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점포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럼 기존의 공간을 어떻게 리노베이션할 것인가, 비어있는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라는 소프트웨어(Software)가 필요해진다. 이 부분이 밀레니얼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아닐까 싶다.
 
진보초 북센터의 내부 모습. [사진 UDS]

진보초 북센터의 내부 모습. [사진 UDS]

 
중국 베이징의 무지호텔, 서울 봉은사로의 카푸치노 호텔 등 한ㆍ중ㆍ일 3개국에서 작업을 했다. 3개국 밀레니얼의 특징이 UDS가 만든 공간에 어떻게 반영됐나.
MUJI호텔 베이징의 핵심 소비자는 밀레니얼이다. 중국의 밀레니얼은 빠링허우(80后: 80년 이후 태어난 세대)라 불리는 세대와 거의 겹친다. 화려한 걸 좋아하고 사회적 입지를 내세우려던 이전 세대와 달리, 빠링허우는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편이다. 빠링허우를 포함한 중국의 밀레니얼이 MUJI의 ‘불필요한 것은 배제’하고,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추구하는 자세에 공감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호응을 받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의 카푸치노 호텔 같은 경우, 밀레니얼 커플이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호텔이 없지 않았나, 새로운 한국 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라는 가설에서 공간 디자인 구상이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호텔 안테룸 교토가 밀레니얼의 가장 큰 지지를 받는 곳이 아닐까 싶다. 기획을 담당한 여성이 밀레니얼이었던 것도 큰 포인트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안테룸은 예술품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만, 공간은 너무 완벽하게 디자인하지 않도록 기획했다. 공간을 운영해 가면서 숙박객, 외부 방문객, 지역 주민들이 예술품을 테마로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런 소망으로 매일 매일 운영해 나가고 있다.
 

베이징 무지호텔의 외관.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중국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 UDS]

베이징 무지호텔의 외관.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중국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 UDS]

 
쇠퇴하지 않는, ‘지속적으로 찾게 되는 공간’을 만들려면 어떤 점이 중요한가.  
너무 공을 들여 완벽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어느 장소에 가고 싶어지려면, 갈 때마다 장소에 변화가 생기거나, 또는 자신이 관여함으로 장소가 변할 수 있다는 여백을 남겨둬야 한다. 그러려면 운영자가 고객과 굉장히 가까이 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해진 매뉴얼을 준비하지 않는다. 운영자 자신이 공간의 기획과 디자인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눈 앞의 고객에 맞춰 스스로 생각해 자신의 언어로 전달하는 접객이 감동을 전하고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접객 프로세스를 취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무지호텔’을 설계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UDS는 ’마을 만들기’를 대표 철학으로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공간을 만들 때 지역과 어떤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호텔이든 혹은 주택, 점포, 사무실이든 용도를 따지지 않고 그 건물이 존재하는 지역에 열되 그 지역과 지역 주민에게 의미 있는 이점을 창출하는 것이다. 관광객이나 출장 온 비즈니스맨 하는 식으로 핵심 고객을 고정하고 그들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외국인이건 타지인이건, 출장을 왔건 관광을 왔건, 다양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겹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지역과의 교류를 통해 애착이 느껴지는 장소와 지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지역에 둘도 없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항상 목표로 한다.
 
UDS 가지와라 후미오 회장이 쓴 책 『기획은 패턴이다』는 “더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기획의 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UDS의 작업 중에서 기획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코퍼레이티브 하우스 기획은 ‘스스로 만들고’, ‘함께 만들고’, ‘입주자간의 커뮤니티의 존재’가 있었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호텔 클라스카를 기획할 때는 호텔이라는 단일 용도가 아닌 카페와 갤러리, 쉐어하우스(공유 주거), 쉐어오피스(공유 사무실) 등 여러 용도와 아이디어가 섞이도록 고민했다. 이런 점이 호텔 클라스카의 전략적 타깃이었던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키자니아 도쿄를 기획할 때는 아이들에게 ’에듀테인먼트(Education+Entertainmentㆍ공부하는 즐거움)’를, 스폰서에게는 ‘체험이라는 새로운 브랜딩 방법’을 제공해 가치를 창출했다.
 
도시에 대한 UDS의 철학은.
‘커뮤니티를 어떻게 발생시킬까’이다. 이 부분을 항상 생각해서,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서비스한다. 또 사람이 모이는 곳을 어떻게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지, 그리고 이를 위해 같은 관심사와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느슨히 연결돼 안심하고 교류를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궁리를 항상 하고 있다.
 
나카가와 케이분 UDS 사장은 26일 서울 을지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크레아에서 열리는 폴인(fol:n)의 컨퍼런스 <시티체인저 2018: 밀레니얼의 도시>에서 공간과 도시 철학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펼쳐놓을 계획이다. 티켓은 폴인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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