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개방·지식재산권 … 이게 풀려야 미·중 갈등 마침표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이 열린 지 닷새가 지났다. 무역전쟁이 과연 멈출까.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와 회의가 교차한다. 일단 ‘90일 조건부 휴전’을 선언한 두 나라는 앞으로 석 달간 실무협상을 이어간다. 양국 공식 발표를 통해 드러난 협상 이슈 7가지를 짚어봤다. 이 문제들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무역전쟁 종식 여부가 달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①트럼프 최대 관심사, 자동차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남긴 장문의 첫 트윗에서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줄이고 없애기로(reduce and remove)’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공식 발표에는 없던 ‘깜짝 발표’다. 중국은 지난 7월 미국산 수입차 관세를 40%로 올렸다. 미국 자동차업계에는 또 다른 큰 악재가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내 공장 4곳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일단은 긍정적인 조짐이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 증권일보는 4일 익명의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국무원 유관부서가 미국산 수입차에 적용하는 관세 인하 방안을 실질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구체적 시기나 규모는 미정이다.
 
 
②얼마나가 관건 … 농산물·에너지 교역
 
블룸버그통신은 5일 복수의 중국 관료를 인용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콩)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정상회담 직후 “‘상당히 많은 분량(very substantial amount of)’의 농산물과 에너지 등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될 것”이라고 발표한 뒤다. 무역전쟁 이후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지난해의 5%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월에는 2004년 이래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농산물 갈등은 중국이 얼만큼의 양을 어떤 방식으로 수입하느냐에 해결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7월부터 미국산 대두에 부과하고 있는 25% 관세를 철회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현 수준의 관세를 물린 상태에서 수입을 재개한 뒤, 수입업자에게 관세를 되돌려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③‘뒷거래’ 인정할까, 강제 기술이전
 
미·중 회담 직후인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미국 첨단기술 탈취 사건을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미국 벤처기업의 전직 대표가 “보잉사에 의뢰한 인공위성 제작 사업에 중국 정부가 편법으로 돈을 댔다”고 증언했다. WSJ는 해당 인공위성에는 보잉이 보유한 핵심 미군 군사기술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중국의 기술 탈취가 심각하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수백 쪽 분량의 관련 보고서를 발간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뒷거래를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데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중국에는 기술 이전 요건을 다루는 법률·규정이 없다. 기업의 기술 및 특허 구매는 순수한 시장 거래”라고 발표했다.
 
 
④개선 불가피 … 지식재산권(IP) 보호 문제
 
반면 중국 정부는 지식재산권(IP) 보호 문제를 공개 인정하고 전향적으로 개선 의지를 보인다. 기술 탈취도 큰 범주에서는 지식재산권 문제와 관련이 있지만, 논의 핵심이 다르다. 지식재산권은 특허·발명·상표·디자인·저작권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부당하게 빼앗기는 지적 재산이 연간 수백억~수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정상회담 이후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책을 내놨다. 중국 국가발전 개혁위원회가 5일 38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지식재산권 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인민은행과 국가지식재산권국, 최고법원 등이 제재에 대대적으로 참여한다. 전체 처벌조항은 총 33개다.
 
하지만 중국이 글로벌 기준을 얼마나 맞출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 내 대표적 ‘중국통’으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달 “미국과 중국이 지식재산권, 사이버 해킹 등 이슈에 대해 협상 타결에 이르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⑤해커 전쟁도 휴전? 사이버 침입·절도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사이버상의 경제 절도행위를 줄이자”며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미·중 상호 해킹은 한동안 소강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평화가 깨졌다. 중국 정부는 기술 유출 문제와 마찬가지로 개입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최대 IT 기업인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⑥관세보다 무서운 비관세장벽
 
비관세장벽은 인허가 지연, 통관 지연, 세무 조사, 반독점 조사, 환경·위생법 적용 등 외국 기업에 주는 질적 차별을 뜻한다.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중국 내 비관세장벽은 무역전쟁 발발 후 더 높아졌다. 지난 9월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이 완화될 때까지 미국 기업의 인증·허가 요청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한 게 대표적이다. 스티븐 로치 교수는 미·중 협상 3대 난제로 지식재산권, 사이버 해킹에 이어 정부의 보조금 지급 이슈를 지목했다. 보조금 등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국유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⑦서비스업·농업 시장 개방
 
백악관은 마지막 협상 주제로 ‘서비스업과 농업’을 언급했다. 즉각적인 대중 농산물 수출 재개를 넘어서 중국이 농업 시장을 좀 더 개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중국은 시장 개방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이 원하는 만큼 빨리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회담 후 행보에서도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회담 나흘째인 5일에야 첫 공식 성명을 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