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한전, 정부 공언 뒤집고 “전기요금 인상 필요”

정부가 연내 수립 예정인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2019~2040년)과 함께 전기요금 개편이 논의 중인 가운데 ‘전기료 인상’ 논의가 군불을 지피고 있다. “현 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요금 체제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은 여당에서 먼저 나왔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글로벌 요금 수준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주택·산업용 등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장은 못 올려도 인상 필요성에 대해 국민에 솔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면서 화력 발전 미세먼지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전환까지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주택용) 1㎿h당 109달러(지난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7달러보다 낮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에너지기본계획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들도 요금 인상안을 산업부에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풍력·태양광 등의 발전 단가가 원전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요금을 통제하면 부작용이 있다는 우려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태양광은 원전 원가보다 3.5배 비싸다”면서 “원유·가스값 인상 속에서 태양광·가스 발전이 늘면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는 전기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 “이번 정부에서 원전 4기, 석탄발전소 7기가 추가로 들어오므로 에너지 전환에 따른 요금인상 요인은 적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의 주장처럼 당장 전기료가 오를 가능성은 작다. 다만 여당 내에선 산업용 전기료, 누진제 등에 대한 공감대는 있는 상태다.
 
당사자인 한국전력도 마찬가지다. 한전 관계자는 “산업용 경부하 등 일부는 원가 이하로 공급 중인 게 사실이라 가격 정상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한전을 두부 공장에 빗대며 “두부(상품)보다 콩(원료)이 더 비싸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 전기는 일반용보다 1㎾h당 약 23원 싼 107.41원이다. 특히 산업용 경부하(밤 11시~오전 9시) 시간대는 평균 단가가 59.2원으로 중부하(97원)나 최대부하(147.9원)보다 저렴하다. 그는 “과거는 경부하 전력이 남아 싸게 공급한 건데, 오히려 지금은 이 시간대 전력소비가 많아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면서 “경부하 요금 인상 등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되며 한전은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내년에 요금 개편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면서 한전 주가는 최근 3만 원대 초반으로 올라왔다. 1년 새 최저가(2만3850원)보다 30% 오른 수치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은 발전비, 송·배전비 등을 반영해 결정해야 하나 실제론 정치적 결정이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요금 인상 요인을 제때 반영하는 원가연동제를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지서에도 재생에너지 확충 등 정책비용을 밝혀 국민의 정책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이슈는 누진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일본 등은 누진율이 1~2배이고 독일·프랑스 등은 누진제가 없다. 특히 한국은 주택용만 적용돼 형평성 논란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누진제 개선 필요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1만 가구의 소득별 전기 사용량을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내년 1월 이후 정부 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 누진제를 폐지하면 일부는 일시적 전기료 인상이 예상되므로 충격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요금 인상의 후폭풍을 염려한다. 전기료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기업은 전기료가 싼 나라로 옮기면서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