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최고 권위자 섬뜩한 소설 "2020년 280만명 사망"

핵·미사일 전문가 루이스 소장의 최신 소설 ‘핵전쟁’
2003년 10월 17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은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뉴욕 센트럴파크에 외국 군대가 주둔한다면 미 국민이 수용하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럼즈펠드의 말은 떨떠름했다고 한다. 이후 용산기지 이전은 속도를 냈으나 주한미군은 1만 명가량 감축됐다. 한·미동맹도 순탄치 않았다. 지금 북핵 문제로 그런 분위기가 되돌아오고 있다. 미국의 북한 핵·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박사가 최근 발간한 소설이 우려를 더 하고 있다. 북한의 핵 공격으로 한·미·일에서 280만 명 이상 사망한다는 가상 시나리오다.  
  
용산기지를 포함한 주한미군기지 이전계획에 따라 미군부대는 대부분 평택과 대구 지역으로 옮겼다. 미 8군과 주한미군사령부도 평택으로 갔다. 한미연합사만 국방부 청사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으로 용산기지에 남았다. 미국은 이 계획으로 해외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크고 현대화된 평택기지를 얻었다. 미군 평택기지는 인근의 오산 미 공군기지와 연계되고, 평택항 지척에 위치한 우리 해군기지와 함께 육·해·공군이 모여있는 전략기지로 변했다. 중국을 코앞에서 견제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기능이 가능하다. 중국으로선 평택기지가 목에 가시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가까이에서 견제하면서 21세기 동북아시아에서 전략적 균형을 이루는데 기반이 될 평택기지를 포기할 수 있을까. 답은 장담할 수 없다. 바로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미 관계가 관건이다. 북핵 협상 과정에서 한·미 관계까지 나빠지거나, 북핵 위협이 너무 커지면 미국이 평택기지를 포기하는 막다른 골목을 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으로선 심각한 위기다. 실제로 현재 북핵 협상은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고, 한·미 관계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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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북핵 협상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경고로 짐작이 간다. 볼턴은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고경영자 카운슬’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북한)을 위해 문을 열어놨다”면서 “이제 그들이 걸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까지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볼턴의 말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하는 차원이지만, ‘문이 닫히면 기회가 없다’는 경고음으로도 들린다. 기회의 문이 닫히면 정상회담은 사라지고 북한엔 가혹한 제재가 남을 뿐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북한의 대응은 가당찮다. 북한은 미국과 판문점에서 접촉하면서도 외곽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자면 모든 군사행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지하라는 군사행동이란 3월 초 한·미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을 포함한 군사훈련이다. 핵 협상으로 시간을 끌면서 한·미동맹은 이완시키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이 있는 영저리기지를 확충하고 있다. ICBM 개발과 핵무기 생산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최근 우리 정보당국에 민감한 전략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양국의 외교안보 채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동맹은 약화하고 북핵 위협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고민은 더 심각하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갈 때다. 북한이 끝내 비핵화를 거부할 때 북한 핵무기 일부를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북한을 더욱 조이면서 군사적으로도 압박할 지다. 사태는 가늠하기 어렵다.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올 11월 발간한 제프리 루이스 박사의 소설이 미국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그는 미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래서 소설이지만 루이스 박사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허투루 볼 수가 없다.
 
제목은 『가상 소설: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에 관한 2020 위원회 보고서』(A Speculative Novel: The 2020 Commission Report on the North Korean Nuclear Attacks against The United States)다. 내년에 북·미 협상이 깨지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이 2020년 3월 미국에 핵 공격을 하는데 그 참사를 2023년에 조사했다는 일종의 가상 백서다. 지금까지 나온 북한과 핵전쟁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다. 핵전쟁 촉발 과정은 급박하고 단순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고 섬뜩하다.
 
루이스 소장이 쓴 소설의 스토리는 이렇다. 내년(2019년)에도 북·미 핵 협상이 풀리지 않는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처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압박하기 위해 2020년 3월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동원해 휴전선 가까이 접근해 무력 시위한다. 김 위원장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폭격기라 처음엔 상황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언론 보도를 보고 화가 치민다. 그러던 중 많은 학생 등 승객 200여 명을 태운 몽골 울란바토르 행 우리 민항기가 김해공항을 이륙, 서해 상공을 지나간다. 민항기는 갑자기 기상 악화로 조종에 문제가 생기면서 북한 상공에 진입하게 된다. 북한은 이를 놓치지 않고 민항기를 미군 폭격기로 상정해 대공미사일로 격추한다.
 
어린 학생을 태운 민항기 요격에 격노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대량 응징보복을 지시한다. 문 대통령 명령이 떨어지자 현무-2 미사일이 김정은 가족 등이 거주하는 평양 특정구역과 공군사령부를 공격한다. 물불 가리지 않는 김정은도 대응 차원에서 핵미사일로 서울과 도쿄·오키나와·괌 등을 1차 공격한 뒤, 이어 미 본토 워싱턴과 뉴욕 맨해튼,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던 마라라고까지 수소탄으로 타격한다. 북한 공격에 280만 명이 사망하고, 780만 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북한의 급작스런 핵 공격에 엄청난 피해를 받은 한·미는 미국을 중심으로 김정은 정권을 제거한다. 소설은 여기까지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아연하고 말문이 막힌다. 그러나 핵·미사일 권위자인 루이스 소장이 전문보고서도 아닌 이런 소설을 쓴 이유가 있을 게다. 지난해와 달리 북한은 많은 양의 핵무기를 가져 이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은 2020년까지 100발 이상 핵탄두를 가진다는 전문가 예측도 있다. 따라서 북핵 통제불능 상태로 가기 전에 반드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선 협상 중재도 중요하지만, 북핵 위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다. 또한 미국이 소설처럼 끔찍한 핵전쟁 참화를 피하기 위해 북핵을 인정한 뒤 한반도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정부의 외교부 최고위 인사는 “앞으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디커플링(decoupling·분리)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