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소설 썼다가 징역 10년.. 분노한 중국 네티즌

지난 11월 중순, 남성 간 연애 소설(이른바 'BL 소설')을 쓴 작가가 징역 10년 6개월을 받았다는 뉴스가 중국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 소식이 우리나라 소셜 미디어에도 퍼지면서 중국의 콘텐츠 검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징역 10년 6개월을 받은 작가는 안후이성에 사는 류모 씨로(필명은 '톈이') 19금 BL 소설 <공점(攻占)>을 집필하고 판매했다.  
 
중국 법원은 류모 씨가 수위가 굉장히 높고 사회 미풍양속을 헤치는(가령 17세 남학생이 남교사를 강간하는 등) 음란물로 이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류모 씨는 해당 소설 7000부를 인쇄해(정식 출판사를 통한 건 아니었다) 15만위안(약 2400만원)의 이익을 거두었다. 
톈이의 BL 소설 '공점' [사진 겅즈거]

톈이의 BL 소설 '공점' [사진 겅즈거]

이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톈이(류모 씨)가 법을 어긴 건 맞지만 10년이라는 형량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무리 야하다지만 허구 스토리를 쓴 작가의 형량이 미성년자 강간범보다 높다니? 중국 법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안후이성 법원은 기억하고 있으려나? 아동을 집단 유린하고 영상을 찍어 판매한 악당들은 5년형 정도 받았던 거 같은데? 기준이 너무 이상한 거 아냐?"  
 
"형량이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아예 징역을 선고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 사건은 중국 법제도의 명백한 후퇴"
 
"형량이 너무 과하다. 적어도 강간죄보다는 형량이 적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남자들이 포르노를 보는 것처럼 BL 소설을 보는 여자들도 있다. BL을 봐도 실제 남자들에게 소설 속 내용의 일들을 시키지 않는다. 포르노를 찍는 사람들에게 징역 10년을 때린 판례가 있던가?"
 
"창작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나쁜 판례"
 
여기에 류모 씨의 불우한 가정사까지 알려지면서 동정론이 더욱 확산됐다. 한 네티즌에 따르면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어머니 때문에 류모 씨는 남동생의 학업을 위해서 학교를 중퇴한 뒤 사회전선에 일찍 뛰어들었다. 이후 19금 소설로 돈을 벌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 감옥살이를 하게 생겼는데도 집안에서는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다.
 
이 네티즌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를 계기로 류모 씨를 두둔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현지 법조인들은 중국 법원의 판결이 오심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1인 미디어 겅즈거(耿直哥)에 따르면 그가 문의한 5명의 법률 전문가가 모두 이번 판결은 현행 법률에 어긋나지 않다고 밝혔다. <불법 출판물 형사사건 상세 응용 법률 심리에 관한 해석>에 따르면 죄질에 따라 3년 이하, 3~10년, 10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는 설명.  
 
물론 이 법이 1998년에 제정된 터라 형량이 다소 과한 감이 있어 세부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가령 류 씨가 BL 소설을 팔아 번 돈 15만위안(약 2400만원)은 90년대엔 가치가 컸지만 지금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다지 큰 돈은 아니다. 따라서 이익금이 아닌 음란물의 유포 수로 죄질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리하면 만약 류 씨가 '음란물'을 만들기만 했다면 아무런 죄가 없지만 이를 유포한 순간(게다가 이익을 취했으니 죄가 가중됨) 죄가 성립한다는 얘기다.
 
류 씨는 현재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그렇다면 2심에선 형량이 줄어들 수 있을까?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형량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여론 압박, 소설 유포 수에 대한 재조사 등을 이유로 들며 최소 3년까지 감형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바이두에 '탐미소설'을 검색하면 상단에 추천 소설 리스트가 쫙 뜬다 [사진 바이두 캡처]

바이두에 '탐미소설'을 검색하면 상단에 추천 소설 리스트가 쫙 뜬다 [사진 바이두 캡처]

워낙 은밀한 시장이기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 BL(Boy's Love) 콘텐츠 시장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BL 소설 독자가 굉장히 많다. 당장 바이두나 웨이보에 BL 소설을 뜻하는 탐미소설(耽美小说) 혹은 탐미문(耽美文)을 검색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소설 리스트가 뜬다. 바이두 BL 커뮤니티 중 하나인 '푸뉘바(腐女吧)'의 팔로워 수만 412만명에 달한다.
 
이렇게 BL 콘텐츠가 넘쳐나는 중국에서 징역 10년 6개월을 받은 류 씨는 다소 운이 없는 케이스인 것 같다. 그가 잘못을 한 건 맞지만(미성년자에게도 소설을 판매했다) 아무리 봐도 형량이 과한 측면이 있다.  
 
한편 과거에도 중국에서 BL 콘텐츠가 적발된 사례가 종종 있다. 2016년 한국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던 BL 웹드라마 <상은(上瘾)>의 방영이 돌연 중단된 것이 대표적이다. <상은> 방영 금지 조치 이후 광전총국은 '드라마 콘텐츠 제작 통칙'을 발표, 동성애, 불륜, 미성년자 연애 등의 소재를 드라마에서 쓸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후 중국의 영화, 드라마 제작사는 동성애 코드를 아주 절묘하게 녹이거나 BL 소설을 원작으로 하되 당국에 걸릴만한 요소를 대폭 삭제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1심에서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 받은 류 씨가 2심에서는 어떤 판결을 받을 것인가. 중국은 물론 아시아 퀴어 콘텐츠 업계와 소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차이나랩 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