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유서엔 "세월호 유가족에 한 점 부끄러움 없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이 7일 오후 2시 48분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장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져 있다. [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이 7일 오후 2시 48분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장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져 있다. [뉴스1]

7일 서울 송파구의 한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유서에 “세월호 유가족에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사령관의 지인 등에 따르면 그의 유서는 방문했던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유서는 A4 용지 두 장 분량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우리 군(軍)과 기무사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일했다” “이 일로 인하여 우리 부하들이 모두 선처되었으면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사령관을 변호했던 석동현 변호사 등 그의 지인들도 평소에 이 전 사령관이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 전 사령관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걱정도 했다고 한다. “영장기각 판결을 내린 이언학 판사에게 부당한 처우가 없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유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현시점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사령관의 유서에는 또한 자신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담겼다. 그는 “(나를 수사한)검찰에게도 미안하다”며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간다. 모두에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전 사령관의 다른 지인은 "부하들이 실무를 처리하는 과정을 사령관으로서 자세히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아예 모른다고 할 수도 없어서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7일 오후 2시 53분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 오피스텔 13층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해당 건물 8층에서 근무하는 강 모(38)씨는 “사무실 문이 닫힌 채 일을 하고 있는데도 ‘퍽’하는 엄청 큰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면서 “‘아, 이건 누가 떨어졌구나’ 싶은 소리여서 나가봤더니 사람들이 모여있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난간이 높지 않아 누가 실수로 떨어진 줄로만 알았다”라고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은 급히 국립경찰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도착 20여분 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4년 5~10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기무사 내에 ‘세월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유가족들의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