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동지의식으로 조국 감싸지 말고 빨리 바꿔야”

같은 편 쓴소리 - 전 민정수석이 본 민정수석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은 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은 권력기관을 관할해 (다들) 어려워하고 무서워하지만 정책·예산·인사를 다 맡은 ‘왕수석’인 정책기획수석을 할 땐 무서워하지도 어려워하지도 않더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은 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은 권력기관을 관할해 (다들) 어려워하고 무서워하지만 정책·예산·인사를 다 맡은 ‘왕수석’인 정책기획수석을 할 땐 무서워하지도 어려워하지도 않더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 한 사람만 잘 써도 나라가 평안하다.”
 
전두환 대통령 때 민정수석을 지낸 김용갑 전 의원이 여러 차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조언이다. 민정수석을 지낸 A변호사는 이렇게 표현했다. “민정수석의 권한이 너무 많다.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모든 권력기관 위에 있다. 나쁘게 쓰려고 하면 정말 대책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병우 사태가 그런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신임으로 여권 내 책임론은 잦아들었지만 밖은 더 시끄러워졌다. 민정수석 출신 대통령 체제의 아이러니다.
 
과거 16개월여 민정수석실이 폐지된 일이 있다. 김대중(DJ) 대통령 때다. 그러다 옷로비 사건이 터졌고 민심 수렴을 잘못해 사안을 키웠다는 판단을 한 DJ는 민정수석실을 되살렸다. 그때 수석으로 임명된 이가 김성재 한신대 교수다. 지금은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인 김 전 수석을 6일 만났다. 민정수석이란 자리의 미묘함, 청와대 내부의 동역학을 누구보다 잘 알 인물이어서다. 그는 “안타깝고 답답하니까 이런 말(고언)을 하면 (문 대통령이) 생각이라도 제대로 할까,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비판한다고 섭섭해 할까”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민정수석은 한국적 제도다.
“김대중 대통령은 (진보세력으론) 50년 만에 집권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인식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게 민정수석이 초법적 권력를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민주 정부가 됐을 때 제일 먼저 폐지했다. 그러다 부활했는데 민정수석실의 제일 중요한 업무가 민심을 살피는 것이었다. 민심엔 두 가지가 있는데 정책 할 때 어떤 입장에서 누구의 목소리를 듣느냐다. 언제나 정책엔 양면성이 있는데, 그것에 의해 이익이 감소되든지 부당한 대우를 받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청와대가 아무리 옳은 일을 한다 해도 반대 입장이 있는데 그 논리가 뭔지, 왜 그러는지 들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아니오’란 말도 해야 한다. 다른 수석들이 ‘대통령에게 아니오란 말을 (그리) 쉽게 하느냐’고 하더라. 내가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고 직이 그러니까, 그게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어서 그리 한 것이다.”
 
 
수석 직급 낮춘 DJ “장관 앞 나서지 말라”
 
일전에 소득주도성장의 모순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게 그 맥락인가.
“소득주도성장이란 말만 보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현실로 다가가면 정반대로 나타나는데, 그걸 못 보니까. 그런 걸 보는 게 민정수석의 업무다. 현장의 소리를 듣고 현장의 말을 전하는 것이다. 민정수석이 경찰이나 검찰, 국가정보원·감사원·국세청을 관할하는 건 권력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들이 갖고 있는 민심 정보들, 그런 것들 속에서 (민심이 국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보는 것이다.”
 
‘안 된다’고 하면 대통령이 싫어하지 않나.
“그리 많이 한 건 아니다(웃음). 직보를 했다. 민정수석과 곧이어 정책기획수석(2000년 1월~2001년 3월)을 할 때도 거의 매일 보고를 했다.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게 근거를 갖고 얘기하니 대통령이 수긍했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보필하는 게 수석들의 역할이다. 김 대통령은 수석들에게 ‘절대로 앞서 나서지 말라. 장관 앞에 나서지도 말고’라고 했다. 수석들의 직급도 차관으로 낮췄다. 이전엔 장관급이었다.”
 
최근엔 장관보다 수석이 더 많이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재판(再版)이다. 수석만 아니라 행정관들이 장관들에게 전화한다. 노무현 정부 때 (장관)정책보좌관이 청와대에 직보하는 별도 라인을 뒀다. 문재인 정부의 시스템도 똑같다. 공무원이 그러니 일을 안 한다.”
 
‘청와대 정부’란 비판도 나온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3권 분립이다. 대통령은 수반으로서 3부를 견제와 균형 속에서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은 입법부도 없고 사법부도 없고 행정부도 없다. 사법부는 완전 적폐의 대상이 됐고 입법부의 야당도 적폐 대상이다. 행정부도 장관·국무회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건데 국무회의 기능은 없어지고 청와대 수석회의만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가졌던 폐해가 또 다른 의미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문) 대통령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그러고, 왜 이렇게 운영할까 의아한 것이다.”(※김 전 수석은 인터뷰 다음날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장관 정책보좌관을 소집해 정책역량 강화와 혁신을 강조했다는데 사실 이런 일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 정부다. 정책실장이 이렇게 하는 건 월권이고 전횡일 뿐 아니라 장관과 고위공무원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이렇게 된 이유를 뭐라고 보나.
“뭐라 단정하진 못하겠는데, (문 대통령이) 개인적으론 선하다고 하는데 개인의 성품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결국 소위 의회정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또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이 선한 동지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동지이니까 다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운동권 출신에 다 그러다 보니. 자기들은 동지이고 나머진 적으로 규정되고 그게 적폐(청산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운동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다. 운동의 투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국정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러다) 비판에 몰리다 보면 반작용으로 점점 더 그걸 강화시킨다. 그러니까 조국 수석의 문제도 이렇게 커질 게 아닌데 완전히 정권의 운명처럼 됐다. 대통령까지 마지막 말을 해버렸기 때문에… 나는 참 안타까운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었던 시절, 청와대 인사가 지방 출장 때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게 문제가 돼 물러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과도한 정치공세라고 판단했다.
“공직의 엄격함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공직의 하나의 잘못이 일반 사람 열의 잘못보다 큰 것이다. 돌이켜보면 김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50년 만이니 지금으로 말하면 ‘적폐’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김 대통령은 과거 사람이라도 유능한 사람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재야 운동권과 당시 민주당에선 난리가 났다. 대통령은 나에게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이 민주화 운동에 챔피언이지 국정운영의 챔피언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했다.”
 
요즘 인사검증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면서 봐주는 게 너무 많은 것이다. 민정수석은 사실 동정(同情)이 되면 안 된다. 동향이나 동창이든지 그러면 인지상정이라 어렵지 않겠나. 조국 수석은 아주 동지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동지이니까 조 수석을 저렇게 감싸안는 것이다.”
 
특별감찰관의 행실 논란이 있었지만 동시에 청와대 직원들에 대한 감찰이 세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가 다 못 봤는지 모르지만 동지적 일탈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제대로 된 의견이나 이런 얘기를 말하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조 수석이 훌륭한 학자이고 좋은 이미지도 가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역할을 해야 되나 이해를 못하겠다.”
 
 
민정수석이 어떻게 사법개혁 하는지 의아
 
조국 수석의 업무 능력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하나.
“나는 (조 수석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의아한 건 민정수석이 어떻게 사법개혁을 하느냐다. 3권분립에 의하면 사법부엔 대법원장이 있고 정부로 보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도 있지 않나. 이들을 잘 임명하면 그들에 의해 다 이뤄진다. 민정수석이 나서서 브리핑해 의아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이 나서서 그런 적이 없다. 민정수석은 자기 입장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민심을 살펴서 대통령에게 말을 해야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기 입장을 말하니 자꾸 동지적인 게 돼 문제를 못 보는 것이다. (청와대가) 굉장히 결속력이 강한 것 같지만, 자신들이 하는 일의 이면에 있는 문제들을 보려고 안 하면 스스로 더 많은 어려움에 처하고 실패하는 정부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비판을 받지만 곧 그 비판이 대통령에게 몰리는 시간이 올 것이란 분석도 있다.
“벌써 왔다. 엄밀하게 보면 인사 실패이고 그에서 비롯된 정책 실패인데 이를 정권 비판으로 받아들이고 동지적 결속을 통해 이들(비판자)과 투쟁해야 된다는, 자기들을 비판하면 전부 적폐세력으로 몬다는 게 지금 굉장히 위험한 구도다. 더 염려되는 건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하강국면으로 가고,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집권 2, 3년차로 넘어가면 (청와대 권력도) 하강 국면으로 간다는 점이다. 2020년엔 총선도 있다. 요 2~3개월에 이반 형태가 굉장히 가속화할 수도 있다. 나는 (문 대통령이) 조국 수석에게 신뢰를 줌으로써 다시 간다는 동지적 인식을 넘어서, 정말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이지만 국가·국민의 희생을 생각해 빨리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조 수석도)저렇게 되면 될수록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상처가 커지고 나와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 될 것이다.”
 
정권과 가까운 분들의 우려도 큰 듯하다.
“요즘 많이 걱정한다. 청와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심지어 ‘정말 그렇게 심각한가’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이 얼마나 한숨 쉬고 아파하는지 그런 게 (청와대에) 안 들리니 안타깝다. 그걸 들을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는데 청와대 들어가서 못 들으면 안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 DJ 정부의 민정비서관 될 뻔
문재인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민정수석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김대중(DJ) 대통령의 민정비서관이 될 뻔도 했다.  
 
김성재 전 수석에 따르면 1999년 6월 민정수석을 맡게 되면서 문재인 당시 변호사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부산에서 가끔 만나던 사이였다.  
 
문 대통령은 의외로 여겼고 “노무현 변호사와 의논하고 답하겠다”고 했다가 노 변호사가 “같이 일해라”고 조언하자 비서관직을 수락했다. 그러나 막상 부모를 모시고 서울 생활을 할 조건이 안 됐던지 하루 만에 “정말 미안하다. 할 수 없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 “그 일(민정비서관)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고사했다”고 적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