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여왕 묵었던 고성 … “더 아름다운 곳 못봤다”

 서현정의 월드 베스트 호텔 & 레스토랑  
영국 빅토리아 여왕도 묵어간 유서 깊은 고성 호텔 인버로키 캐슬. 영국 귀족 윌리엄 스칼렛 남작이 스코틀랜드에 지은 성을 개조했다. [사진 relais&chateaux]

영국 빅토리아 여왕도 묵어간 유서 깊은 고성 호텔 인버로키 캐슬. 영국 귀족 윌리엄 스칼렛 남작이 스코틀랜드에 지은 성을 개조했다. [사진 relais&chateaux]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송년회와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로 왠지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호텔이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인버로키 캐슬(Inverlochy Castle)’이다.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 촛불로 밝힌 샹들리에가 달린 호텔은 동화에 등장하는 고성 같다.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기에 딱 좋은 낭만적인 숙소다. 
호텔 로비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샹들리에. [사진 서현정]

호텔 로비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샹들리에. [사진 서현정]

 인버로키 캐슬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인버로키 캐슬은 본디 스코틀랜드 수도 에딘버러(Edinburgh)에서 북서쪽으로 220㎞ 떨어진 포트윌리엄(Fort William)에 13세기 건립된 성이다. 인버(inver)는 스코틀랜드 말로 강의 입구를, 로키(loch)는 호수를 뜻한다. 널따란 호수를 낀 인버로키 캐슬은 영국에서 가장 높은 산 벤네비스(Ben Nevis, 1343m)까지 뒤에 두고 있다. 그야말로 절경을 벗한 성이다. 
 한겨울 눈 덮인 호텔 풍경. [사진 relais&chateaux]

한겨울 눈 덮인 호텔 풍경. [사진 relais&chateaux]

 인버로키 캐슬은 오랜 세월이 흘러 황폐한 유적이 돼 버렸지만, 19세기 부활했다. 영국 귀족 윌리엄 스칼렛(William Scarlett) 남작에 의해서다. 남작은 1863년 인버로키 캐슬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중세 고딕 스타일의 성을 새로 지었다. 그러곤 원조의 이름을 따 신축한 성을 인버로키 캐슬이라 불렀다. 스칼렛 남작의 고성을 1944년 캐나다 사업가 조셉 홉스(Joseph Hobbs)가 인수했고, 홉스의 아들은 69년 성을 호텔로 바꿔 개장했다. 
 스칼렛 남작이 지은 성은 엄밀히 말하면 13세기 성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고성이었다. 원조 인버로키 캐슬처럼 남작의 성도 위풍당당할 뿐더러 넉넉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있다. 주변 경관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1873년 인버로키 캐슬에 찾아와 1주일간 머물렀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이 “나는 이곳보다 더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을 보지 못했다(Never saw a lovelier or more romantic spot)”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인버로키 캐슬 호텔의 테라스. [사진 서현정]

인버로키 캐슬 호텔의 테라스. [사진 서현정]

 인버로키 캐슬 호텔을 방문하면 여왕의 말을 공감할 수 있다. 2㎢에 달하는 호텔 부지는 ‘정원’이라고 부르기 어색할 만큼 광활하다. 호수를 앞에 두고 산을 뒤에 뒀다. 요즘 같은 때 새벽녘 물안개를 감상할 수 있고, 한겨울에는 벤네비스산이 눈으로 뒤덮이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한다. 
 호텔 문을 열고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과거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커다란 창을 나무 창틀이 두르고 있고, 실내는 앤티크 가구와 벨벳 의자로 채웠다. 크리스마스에는 고성 호텔의 럭셔리한 고풍스러움이 배가 된다. 합창단이 캐럴 공연을 선보이고 지역 주민이 연주회를 펼친다. 크리스마스에 호텔에 묵는 이들과 특별 만찬을 즐길 수 있다. 19세기 영국 귀족이 된 듯한 로맨틱한 하룻밤이 연출된다. 연말이 되면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꿈 같은 장면이다.   
고풍스럽게 꾸며진 스위트룸의 침실.

고풍스럽게 꾸며진 스위트룸의 침실.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즐길 거리는 많다. 위스키 마니아라면 위스키 시음만으로도 이곳을 찾은 의미가 다 채워질 듯하다.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위스키를 호텔 바(bar)나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스코틀랜드 위스키 라가불린(lagavulin)이나 라프로익(Laphroaig)은 물론이고, 동네 막걸리처럼 소량 생산되는 위스키도 갖춰 놓았다.
스코틀랜드에서 소량 생산된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 [사진 서현정]

스코틀랜드에서 소량 생산된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 [사진 서현정]

 메인 레스토랑 ‘알버트 앤 미첼 루(Albert and Michel Roux)’도 둘러볼 만한 곳이다. 영국 곳곳에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둔 인기 셰프 루(Roux) 부자(父子)가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영국의 전통 식문화를 접목했다고 한다.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영국 음식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를 생각해보면 가장 좋은 조합이 아닐까 생각된다. 레스토랑은 세 개의 프라이빗 룸으로 구성됐는데, 그 입구가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 식당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스코틀랜드 현지 농장에서 조달한 재료로 만든 프렌치 요리. [사진 relais&chateaux]

스코틀랜드 현지 농장에서 조달한 재료로 만든 프렌치 요리. [사진 relais&chateaux]

 포트윌리엄에서 시작되는 스코틀랜드의 북부는 하일랜드(Highland)라 불린다. 인버로키 캐슬에 머물면서 하일랜드 여행을 즐기는 것도 매력적이다. 하일랜드는 빙하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깎인 협곡, 골짜기에 고인 호수가 반복되는 땅이다. 대협곡 ‘그레이트 글렌 웨이(The Great Glen Way)’가 포트윌리엄에서 스코틀랜드 북동쪽 소도시 인버네스(Inverness)까지 117㎞ 이어져 있다. 협곡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촬영지 글렌코(Glen Coe) 협곡, 괴물 ‘네시’에 대한 목격담이 이어지는 네스호(Loch Ness)도 만날 수 있다. 
 포트윌리엄에서는 추억의 증기기관차도 탈 수 있다. 1894년 개통한 웨스트 하일랜드 철도(West Highland Railway)의 증기기관차 자코바이트(Jacobite)다. 68㎞ 이어진 철로를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세계 최고(最高)의 구름다리 글렌피냔(Glenfinnan)을 가로지른다. 이 장면은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도 등장했다. 
 
서현정 여행 칼럼니스트 shj@tourmedici.com   
인류학 박사이자 고품격 여행사 ‘뚜르 디 메디치’ 대표. 흥미진진한 호텔과 레스토랑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품격 있는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사가 없어 아예 여행사를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