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신경전에 350분 마라톤회의 끝···日, 창고 회의실로 韓 홀대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왼쪽부터)·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왼쪽부터)·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경제조치를 놓고 12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 중인 한ㆍ일 첫 실무회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와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 각 2명은 악수도 없이 자리에 앉아 회의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했다. 
 
회의는 오후 2시에 시작해 7시50분에 끝났다. 6시간 가까이 팽팽한 신경전 끝에 마라톤 회의로 진행된 셈이다. 일본 측의 입장 설명에만 1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당초 회의는 약 2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0층 작은 사무실인 1031호를 회의 장소로 잡고 화이트보드에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설명을 프린트한 A4 용지 2장을 붙여놓았다. 정식 회의실도 아닌 일반 사무용 의자가 놓여있었고 회의 참석자들의 명패나 음료수도 없었다. 일본이 내세우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환대)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본 측이 일부러 냉대를 한 셈이다. 양복을 재킷까지 갖춰 입은 한국 측과 달리 일본 측은 반팔 셔츠 차림이었다. 회의 장소도 초라했다.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한 귀퉁이에 쌓여 있었고 바닥엔 기자재들이 파손된 흔적이 남아있었다. 한국 측 대표단이 들어오는 데 일본 측은 일어서지도 않았다.   
 
회의에는 한국 측에선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일본 측에선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참석했다. 일본 측은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측이 자리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 1분만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1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열린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열린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회의 성격을 두고도 양측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한국은 일본 측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양국 간의 협의라는 입장이지만 일본 측은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한국에 설명하는 ‘설명회’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입장은 듣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일본이 수출 규제를 이유로 일부 품목의 북한 유입설을 흘리면서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는 데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무역 관리 문제에 대한 조치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전수진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