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꼽냐? 꺼져'···극단선택 병사, 부대서 욕설·괴롭힘 당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연합뉴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연합뉴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센터)가 육군 23사단 소초에서 근무하던 A일병이 지난 8일 투신한 것과 관련해, 부대 내 지속적 괴롭힘 있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12일 성명을 통해 “피해자가 근무하고 있던 소초는 오래 전부터 부대장의 묵인과 방조로 인해 병영부조리가 만연했다”고 밝혔다. 부대 간부들이 피해자에게 심한 욕설과 폭언을 했을 뿐 아니라 물리적 위협도 가했다는 게 센터 측의 주장이다.
 
지난 4월 소초 상황병으로 투입된 A일병은 최근까지 동료 병사들에게 ‘힘들다’ ‘상황병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 ‘죽고 싶다’ 등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특히 부소초장은 근무 중 실수가 발생할 때마다 A일병에게 욕설이나 폭언을 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A일병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자 “아니꼽냐? 야 XX 빨리 꺼져”라고 욕설을 하거나, 심한 욕설과 함께 의자와 사무용 자를 집어던지기도 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A일병이 근무 편성의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계 근무 경험이 적은 A일병이 상황병으로 투입되고, 개인 시간을 보장받기 어려운 소초 ‘전반야 근무’(오후 2시~오후 10시)를 주로 맡았는데도 소초장과 중대장이 이를 묵인했다고 한다. 센터는 “통상 경계작전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충분한 상병이나 병장이 맡는 상황병을 일병이었던 피해자가 맡은 것은 해당 소초가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최근 A일병과 선임병들과의 관계도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A일병이 예정된 연가와 연기된 위로ㆍ포상 휴가를 2번 나간 것인데 선임병이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방부가 사건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망 원인이 ‘피해자 개인에게 있다’는 식의 그림을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방부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A일병은 23사단 소속으로 북한 소형 목선이 정박했던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서 가장 가까운 소초의 상황병이었다. 지난달 15일 오전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할 당시 오후 근무조에 편성되어 근무를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복귀를 이틀 앞둔 8일 서울 원효대교에서 투신한 A일병은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숨졌다.  
군 당국은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