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뭔 일 있었습니까"···'거짓 자수' 감추기 바빴다

군에서 거동이 수상한 자가 도주했지만 잡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과정에서 장교는 병사에게 허위 자백을 지시했다. 이로부터 1주일 뒤 사실을 확인하는 국회의원에게 합참의장은 “그런데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군의 기강 상태가 이렇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7월 4일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내 무기고 거동수상자 도주 조작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7월 4일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내 무기고 거동수상자 도주 조작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 2함대 거동 수상자 발견 사건과 '은폐·늑장보고' 의혹을 폭로했다. 김 의원은 "합참의장에게 상황보고가 안됐고 해군참모총장도 자세하게 모르고 있었다"며 "만약 나에게 제보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과 해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4일 오후 10시 2분쯤 경기도 평택 2함대 사령부 합동생활관 뒤편 탄약고 초소 방면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사람이 접근했다. 초병은 암구호로 신원을 확인하려 했지만, 그는 도주했다. 해군은 즉시 대 방호태세 1급을 발령하고 수색에 나섰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해군은 사건 발생 직후 초병의 진술 등을 토대로 간첩 침투는 아니라고 자체 판단했다. 대신 부대원 소행으로 추정해 수색을 종료하면서 수사로 전환했다. 사건 발생 이튿날인 5일 한 병사가 “내가 도주한 사람”이라고 자수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 병사는 허위 자수였다고 실토했다. 2함대 지휘통제실 소속 장교가 사태가 커질 것을 염려해 부대원들에게 허위 자수를 제안했는데, 이 병사가 자원했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4일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창고 근처에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수상자가 침입한 사건이 발생한 뒤 내부 병사의 자백으로 종결됐으나, 허위 자백으로 밝혀져 군이 조사 중이다. 사진은 1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의 모습. [뉴스1]

지난 4일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창고 근처에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수상자가 침입한 사건이 발생한 뒤 내부 병사의 자백으로 종결됐으나, 허위 자백으로 밝혀져 군이 조사 중이다. 사진은 1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의 모습. [뉴스1]

김 의원은 이 모든 내용을 제보받아 사건 발생 8일 만인 이날 폭로했다. 전날 김 의원은 박한기 합참의장에 전화를 걸어 사건을 물었다고 한다. 박 의장은 이렇게 답했다. “2함대 말입니까? (저는 보고를) 못 받았습니다. 근데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저는 처음 듣는 말씀입니다.”
 
이에 대해 합참 공보실은 "합참의장은 5일 오전 작전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으나, (윤 의원과) 전화통화 당시 기억나지 않아서 보고를 못 받았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또 “2함대에서 거동수상자를 쫓던 중 인근 부대 골프장 입구 울타리 아래에서 오리발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오리발을 이용해 누군가 2함대로 침투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해군은 사건 발생 3시간여 만에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뒤 수색을 종료했다는 것이다.
 
1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의 모습. [뉴스1]

1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의 모습. [뉴스1]

이에 대해 해군 측은 “오리발은 군 골프장 근무자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삼척항에 이어 평택항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경계작전의 실패, 보고의 은폐ㆍ축소, 사건 조작이 얼마나 더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국방부는 이날 조사본부 수사단장 등 8명을 2함대에 급파해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 부하 병사에게 허위 자수를 제의한 장교는 직무배제 조처됐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늘 아침에 보고를 받았다. 몇 가지 이해 안 되는 대목이 있다"며 "이 문제는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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