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맞아 80년 만에 소학교 한글 졸업장 받은 97세 노인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어 졸업장을 받은 김창묵(97·왼쪽)씨가 민병희 도교육감으로부터 한글 명예 졸업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어 졸업장을 받은 김창묵(97·왼쪽)씨가 민병희 도교육감으로부터 한글 명예 졸업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진정한 의미의 졸업장을 받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14일 강원교육청에서 80년 만에 한글로 쓴 졸업장을 받은 김창묵(97)씨는 광복 이후 수십 년 만에 졸업장을 받는 소감에 이렇게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김씨에게 한글 명예 졸업장을 줬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노인회, 광복회 등과 함께 일본어 졸업장을 받은 어르신을 수소문한 결과 김창묵 어르신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일제 강점기의 흔적을 청산하는 차원에서 한글로 된 졸업장을 수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1939년 강원 홍천두촌공립심상소학교(현 두촌초)를 졸업했다. 일제 강점기라 학생들이 조선말도 못했고, 졸업장 역시 일본어로 써 있었다. 김씨는 “졸업 이후 만주 개척단으로 갔다가 광복 이후 조국을 찾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6ㆍ25전쟁이 났고 난리 통에 소학교 졸업장을 비롯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되찾은 우리 조국에서 우리말로 된 졸업장을 다시 받게 돼 매우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1919년 4월 3일 강원 홍천군 내촌면 동창마을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김덕원 의사의 후손이다. 김씨는 현재 동창만세운동기념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동창만세운동은 국권 회복을 위해 일어난 순수 주민운동으로 당시 주민 1000여 명이 만세를 부르다 일제의 탄압에 8명이 순국했다. 김덕원 의사와 함께 만세 운동을 하다 순국한 이순극, 이기선, 이여선, 전영균, 전기홍, 연의진, 김자희, 양도준 선생 등 8인은 ‘강원을 빛낸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4월 강원 홍천군 내촌면 기미만세공원에서 열린 동창만세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팔렬고등학교 학생들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강원 홍천군 내촌면 기미만세공원에서 열린 동창만세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팔렬고등학교 학생들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덕원 선생은 만세운동 이후 피신했다가 1923년 일제의 관헌에 체포됐다. 1927년까지 춘천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옥고의 여독으로 1942년께 사망했다. 김 선생은 1919년 3월께 조직적인 만세운동을 계획했다. 물걸리는 물론 교통이 편리한 내촌면의 호야리, 문현리, 화촌면의 장평리, 서석면의 수하리, 인제군 기린면의 상남리, 내면의 방내리에 연락을 취해 만세운동에 동참할 군중을 모집했다. 이 때모집에 참가한 인원은 1,000여 명. 이들은 홍천의 한 한약방에서 대형 태극기 3매와 수기 300여 매를 만들어 만세운동을 준비했다.
 
정부는 김 선생과 팔열사의 공훈을 기려 1990년 일제히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 또 만세운동을 주도한 김덕원 선생에게는 1992년 건국포장을 수여했다.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이 시작된 동창마을에는 1963년 팔열사의 뜻을 기린 팔열각이 세워졌다. 1991년 기미만세공원건립위원회는 동창마을 만세운동과 순국한 팔열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동창마을에 기미만세공원을 건립했다.
 
강원교육청은 이날 한글 명예 졸업장 수여 외에 다양한 일제 청산 작업을 하고 있다. 강원 도내 22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역사 동아리를 만들어 자신이 사는 지역이나 다니는 학교의 독립운동사를 발굴하고 다양한 자료로 만든다. 도교육청은 ‘학교 안 일제 잔재 청산 신문고’를 통해 제보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총 10개 학교에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음악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 해당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모이면 개선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대구 동구 신암동 국립신암선열공원 직원들이 외곽 울타리를 따라 태극기를 걸고 있다. [뉴스1]

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대구 동구 신암동 국립신암선열공원 직원들이 외곽 울타리를 따라 태극기를 걸고 있다. [뉴스1]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최근 일본과의 경제 전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되짚어 생각하면 일본을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항일운동 교육과 함께 학교 안 일제 잔재 청산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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