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천주교 신부 “한·일 갈등, 가해 인정 않는 일본 정부 때문”

가쓰야 주교 "식민지 지배 책임 합의 한·일 청구권 협정에 없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천주교 신부가 최근 한·일 갈등의 핵심은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라고 지적했다.
 
일본 가톨릭 정의와평화협의회 회장 가쓰야 다이지(勝谷太治·일본 가톨릭 삿포로 교구장) 주교는 14일 한일정부 관계 화해를 향한 담화를 내고 “현재 일본과 한국 간 긴장이 심층적으로는 일본의 조선반도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그 청산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원인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가쓰야 다이지 일본 천주교 주교[사진 일본 삿포로 교구 홈페이지 캡처]

가쓰야 다이지 일본 천주교 주교[사진 일본 삿포로 교구 홈페이지 캡처]

 
가쓰야 주교는 “(한·일 갈등) 문제의 핵심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식민지지배 역사에 대한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자세와 이에 분노하는 피해국, 한국인들 마음 사이에 벌어진 틈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의 중심에 박혀있는 가시인 식민지 지배의 책임에 관한 애초 합의가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에 들어있지 않은 것, 이것이 한일관계 교착의 근원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옛 한일청구권협정 대신 새 법적 장치 마련해야”

위안부 기림의 날인 14일 경기 김포시 한강시민공원 소녀상에서 '제 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제1400회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소녀상에서 'NO 아베' 피켓을 들고 있다. 김포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평화를 물들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뉴스1]

위안부 기림의 날인 14일 경기 김포시 한강시민공원 소녀상에서 '제 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제1400회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소녀상에서 'NO 아베' 피켓을 들고 있다. 김포평화나비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평화를 물들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뉴스1]

가쓰야 주교는 “한일 양국 정부가 함께 지혜를 짜내 ‘이항대립(二項對立)’의 악순환을 벗어나 망가진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기본조약이나 청구권협정에 집착해 해석의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면 한·일 간 진정한 우호 관계를 쌓아 올리기 위해 명확한 ‘식민지 지배의 청산’을 포함하는 새로운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한국 비판에 경도…선동 현혹되지 않아야”

일본 사회의 쏠림 현상도 가쓰야 주교는 경계했다. 그는 “일본의 많은 매스미디어는 정부의 말을 크게 전하지만 한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무시하기 일쑤”라며 “그 결과 일본 사회 일반의 시각은 한국 정부 비판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리를 식별하려면 교류와 선을 촉진하는 것과 그 반대로 고립과 분열과 적대를 가져다주는 것을 가려내야 한다’고 깨우쳐 주셨다"며 "이처럼 우리는 선동에 현혹되지 않고 정보 진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눈을 떠야 한다”고 말했다.
 
가쓰야 주교는 “일본이 과거 침략하고 식민지 지배를 한 역사를 가진 나라에 대해서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기초로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대화하는 것 이외의 길은 없다”고 덧붙였다.

3·1절엔 일제 한국 침략 반성 담화문 발표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는 14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앞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과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는 14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앞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과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가쓰야 주교는 앞서 지난 3월 1일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의 한국 침략을 반성하는 의미의 담화문을 일본 천주교계를 대표해 발표했다. 그는 이날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라는 제목의 담화문에서 “일본 천주교회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 천주교회에 크게 관여했었고, 신자들이 일본의 침략 전쟁에 협력하도록 촉구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게다가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의 근원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침략 정책이라는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선언서는 일본에 대한 비난과 단죄가 아니라 민족의 자기 결정권을 빼앗은 식민지주의 극복이라는 더욱 숭고한 인류 보편적인 이상 실현의 호소이며 초대”라며 “이것은 당시 한반도의 국민뿐만 아니라 100년 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든 사람이 기억하고 상기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천주교계의 담화는 8월 15일 광복절에 발표된 적은 있지만 3·1절에 맞춰 발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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