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가봤니?” 명절 난임 부부 상처주는 가족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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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차인 서모(39ㆍ경기 일산시)씨는 아직 아이가 없다. 결혼 직후부터 임신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난임 시술도 세차례 받았지만 기다리던 아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평소에도 난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서씨 부부는 명절이 다가오면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노력해도 안 생기는걸 어쩌나요. 자책하고 우울해하다가 이제는 다 내려놨어요. 남편하고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자’라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양가 부모님은 포기를 모르세요. ‘병원은 가봤니’ ‘뭐가 문제라니’ ‘보약을 지어줄까’ 끝이 없어요. 명절 생각만 하면 우울해요.” 서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서씨같은 난임 부부들에게 가족ㆍ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ㆍ친척들이 걱정이나 조언을 빙자해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부부들의 가슴을 후벼판다. 중앙난임ㆍ우울증상담센터에 따르면 매년 약 20만쌍의 부부가 난임 진단을 받는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인공수정ㆍ시험관아기 등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은 정신건강이 더 취약하다. 연간 8만명이 난임 시술을 받는데, 이들 중 86%는 정신적 고립감ㆍ우울감 경험했고, 26%는 자살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2017년 보건복지부 조사). 난임 우울증은 임신ㆍ출산 이후 산후 우울증으로 진행될 위험도 크다.
 
3년 넘게 난임으로 고생하다가 지난해 아이를 출산한 김모(36ㆍ서울 관악구)씨는 “시술과 유산을 반복하다보니 가족이든 친구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싫어지더라. ‘힘내라’ ‘잘될거다’ 같은 말도 듣기 싫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바라던 아이를 얻었지만 난임에서 비롯된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가족 중에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있다면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말한다. 위로든 걱정이든 당사자에게는 상처만 된다는 것이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중앙난임ㆍ우울증상담센터장)은 “가족들이 난임 부부들에게 난임과 관련된 이야기를 아예 안 꺼내는게 좋다”라며 “가족들이 서로의 생활을 조언하는, 결국 부담주는 대화보다 서로에게 즐거운 대화를 하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