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앞두고 승소했지만…톨게이트 수납원들에게 남은 쟁점은

지난달 29일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대법원 승소 판결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대법원 승소 판결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6년간 이어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끝에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고속도로에 차량이 몰리는 명절 대목을 맞아 수납 업무에 바로 투입됐을까.  
 
실제 그렇지는 않다. 이번 추석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요금 수납원은 도로공사 직원이 아니다. 이들은 도로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소속 직원이다. 지난 7월 1일 한국도로공사서비스가 출범했고 이전에 외부용역업체 소속으로 도로공사에서 요금수납업무를 맡았던 6514명 중 5094명은 자회사 직원으로 전환됐다. 나머지 1500여명은 계약 만료 등을 이유로 사실상 해고된 상태다.  
 

승소는 했지만…“수납은 안 된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요금수납원 고용안정 방안을 발표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요금수납원 고용안정 방안을 발표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는 수납업무 자체를 자회사에 넘겼다.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런 점을 분명히 했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승소한 원고들을 공사 직원으로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는 경영권을 가진 도로공사의 재량 사항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도로공사는 이들에게 버스정류장ㆍ졸음쉼터ㆍ고속도로 환경정비 등의 현장 조무 직무를 맡긴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회사로 전환하지 않고 남은 수납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도로공사는 법원 판례를 근거로 댔다. 과거 수납원 소송 관련 서울동부지법에서 낸 결정문에는 “소속 근로자들에게 부여하는 업무 종류나 형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경영권 행사 범위 내에서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적혀있다.
 
대법원 판례 중에서도 사용주는 해고 근로자를 복직시키며 이미 달라진 인사질서, 경영상 필요와 변화 등 고려해 합당한 일을 시킨다면 그 일이 종전과 다르더라도 경영권의 범위에 속한다고 나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미 수납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자회사까지 출범했기 때문에 도로공사 직원에게 수납업무를 맡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납원들이 소송에서 승소했어도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큰 이유다.
 

재판 중인 나머지 직원들은?

10일 오전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조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본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전날 본사에 진입한 일부 노조원들은 건물 내에서 점거 농성 중이다.[연합뉴스]

10일 오전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조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본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전날 본사에 진입한 일부 노조원들은 건물 내에서 점거 농성 중이다.[연합뉴스]

도로공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고용 의무 대상이 된 수납원들에게 자회사로 전환할지 개별 의사를 확인한 뒤 직접 고용 대상 인원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승소한 300여명 외에 따로 소송을 진행 중인 수납원들에 대해서는 "따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법적 절차에 맞다"는 입장을 냈다.  
 
수납원 노조 측은 "상황이 같은 수납원들의 대법원 판결 결과이므로 하급심이 진행 중인 수납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도로공사는 "입사 시기, 근무지역, 소속업체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개별 판단이 필요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이패스 시대인데…" 차가운 시선엔 상처받기도

차량 한 대가 경부고속도로 궁내동 서울톨게이트의 하이패스 차로를 빠져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차량 한 대가 경부고속도로 궁내동 서울톨게이트의 하이패스 차로를 빠져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도로공사와 노조 측 분쟁과 별도로 다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납원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납원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착잡한 심경을 이야기했다. 수납원들이 대법원에서 승소한 내용의 기사에 "하이패스 시대에 수납원이 왜 필요한가" 같은 댓글을 보며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그리 쉽게 말을 할 수 있는지…"라고 말했다. 
 
A씨는 외부 용역업체 소속 수납원으로 일하며 근로자 지위소송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최근 자회사로 소속을 옮겼다. A씨는 "끝까지 싸워 도로공사 정직원이 되어야 할까 고민했지만 자회사로 옮긴 것은 오로지 수납 업무를 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측은 "스마트 톨링(무인 요금 정산제도)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계없이 추진된 사업"이라며 "도입되더라도 정년이 도래한 직원들의 퇴직, 현금수납 차로를 존치하고 영상 보정 등 새 업무도 만들어 적정 인력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