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킹크랩과 김경수, 떼려야 뗄 수 없어"…金 "본적 없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댓글 조작' 관련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등 항소심 10회 공판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댓글 조작' 관련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등 항소심 10회 공판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은 결코 없습니다”
 
19일 오후 열린 자신의 항소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을 만난 김경수(52) 경남 지사는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을 결코 본 적 없다는 말을 남기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잠시 뒤 열린 공판에서는 댓글조작 활동을 김 지사의 허락으로 했다고 주장하는 드루킹 김동원(50)씨는 증인신문 내내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내 말 끊지 말아달라” 목소리 높인 드루킹

황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온 드루킹은 증인선서를 하자마자 재판부에 “드릴 말씀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심에 부른 증인을 2심에 또 부르는 것은 까다로운 일인데, 김경수의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것만큼 제 증언도 충분히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이 법정으로 들어오는 것과 발언하는 것을 피고인석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봤다. 재판부가 드루킹에게 “다시 불러서 미안하다”며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하러 나온 것이 아니므로 우리가 묻는 취지에 맞게 대답해달라”고 말하자 김 지사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식사 없이시연했다” vs.“시연할 시간 없었다”

이날 증인신문은 2016년 11월 9일 상황을 묻는 데 집중됐다. 2016년 11월 9일은 김 지사가 드루킹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에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보고 사용을 허락했다고 특검 측이 의심하는 날이다. 1심 재판부는 이날 김 지사가 경공모를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점을 인정해 김 지사와 드루킹 간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반면 김 지사측은 그날 사무실에 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은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 지사 측이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 때 김 지사가 핸드폰을 어떻게 봤는지 기억나냐"고 묻자 "기억난다. 바로 앞에다 두고 뚫어지게 쳐다봤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김 지사와 킹크랩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에 온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그날 오후 6시 30분에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김 지사가 늦게 오는 바람에 함께 먹지 못했고, 저녁을 다 먹었을 때쯤인 6시 50분쯤 김 지사가 도착해 홀로 차를 한 잔 마시고 브리핑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김 지사 측은 앞선 공판에서 "김 지사는 그날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식사해 시간상 킹크랩 시연을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도 드루킹에게 김 지사가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과 떠난 시간을 재차 물었다. 재판부가 "시연이 끝난 뒤 언제 피고인이 사무실을 떠났는지 진술이 애매하다"고 묻자 드루킹은 "저도 좀 애매하다"고 답했다. 이어 "3년 전 사건인데 기억이 정확한 것은 신일 것"이라며 "시연이 끝나고 대화를 조금 나눈 뒤 김 지사가 바로 차를 타고 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김 지사 지지자 30~40여명이 방청석을 가득 채웠다. 김 지사는 재판 시작 전 방청석에 앉은 지지자들과 한 명 한명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재판 내내 드루킹의 증언에 야유를 보내거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드루킹이 "내가 체포되던 날 온 경찰들이 김 지사와 나 사이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걸 봤다"며 "경찰들이 김 지사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김 지사도 이따금 드루킹의 증언 내용에 실소를 보이기도 했다. 또 드루킹이 "당시 김 의원이 야당에 경기도지사 자리 쯤은 내줘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이 소란을 일으켜 재판부가 잠시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신문을 마친 재판부는 다음 달 17일 오후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한 차례 더 기일을 갖고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