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욕구 발현?”…화성연쇄살인 용의자는 왜 감형받고도 상고했을까

화성 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이모(56)씨가 25년 전 처제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도 대법원에 상고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씨는 1995년 5월 대전고등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같은 해 7월 이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씨는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부산 교도소에 25년째 수감 중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1994년 1월 13일 오후 2시40분쯤 토스트 기를 가져가라며 근처 대학에 근무하는 처제를 충북 청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처제를 성폭행할 생각으로 이씨는 처제에게 수면제가 들어간 음료를 제공했다. 그러나 효력이 나타나기 전에 처제가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서려 하자 이를 저지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이 알려질 것이 두려웠던 이씨는 처재를 실신시킨 뒤 양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가출한 부인에 대한 분노도 범행 동기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후 오후 11시40분쯤 사체를 자신의 집에서 880m 떨어진 곳으로 운반해 유기했다.
 
살인·강간·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1994년 1심과 2심에서 각각 사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씨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판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듬해 1월 대법원은 이씨가 성폭행이 아닌 살인과 사체유기에 대해서는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했다. 대전고등법원은 같은 해 5월 이씨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씨와 그의 변호인은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다시 상고했다. 1995년 7월 대법원이 “원심판시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고 채증법칙 위반해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을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씨의 형은 확정됐다.
 

“재범 욕구가 상고 동기일 수 있어”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형을 감형받은 이씨가 다시 상고한 것에 대해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씨의 행위를 볼 때 그는 죄책감과 후회가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냉담하고 치밀하게 빠져나갈 생각만 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강간·살인의 욕구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 욕구가 형을 최대한 가볍게 해 빨리 사회로 복귀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강한 동기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범하려는 욕구가 강한 이씨가 최대한 형을 줄이기 위해 상고를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씨가 가석방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형법 72조에 따르면 무기 징역을 선고받은 자는 20년 이상 복역한 경우에는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씨는 부산교도소에서 1급 모범수로 지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감형을 노리고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수형 생활을 하는 경우는 다반사”라며 “실제로 무기수가 가석방 나온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범인 혈액형 B형 추정, 유력 용의자는 O형

화성 연쇄살인사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화성 연쇄살인사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편 이씨의 혈액형은 O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1994년 9월 대전고등법원이 선고한 이씨의 2심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수사 당국은 이씨의 혈액형을 O형으로 특정했다. 법원은 판결문에 “국과수에 보낸 피해자(살해된 처제)의 질 채취물에서 정액 반응이 양성으로 나왔으며 그 정액의 혈액형은 A형으로 반응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렇다면 피해자의 혈액형이 A형인 관계로 범인의 혈액형이 A형이거나 O형이어야 하는데 피고인의 혈액형은 O형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혈액형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씨의 혈액형이 'O형'이 맞다면 그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와 동일 인물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당시 경찰은 4, 5, 9, 10차 사건 범인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추정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nag.co.kr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