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사건현장 찾은 경찰청장…"원점서 재조사하겠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골발견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찾아 소년들을 추도하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골발견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찾아 소년들을 추도하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밝혀지면서 또 다른 국내 3대 장기미제 사건의 하나인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0일 개구리소년 사건 희생자들의 유골이 발견된 대구시 달서구 와룡산을 찾았다. 민 청장은 “이 사건을 원점에서 전면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992년 실종 1년을 맞아 개구리소년 부모들이 유세현장서 전단을 나누어주며 아이들을 찾아줄것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2년 실종 1년을 맞아 개구리소년 부모들이 유세현장서 전단을 나누어주며 아이들을 찾아줄것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포토]

민 청장은 이날 오후 1시쯤 와룡산 셋방골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현장을 방문했다. 민 청장은 이곳에서 약식 추모제를 지내고 사건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이 자리에는 매년 실종일인 3월 26일 추모제를 열고 있는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모임(이하 전미찾모) 나주봉 회장과 희생자 유가족이 참석했다. 
 
민 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능한 모든 첨단 과학기술 활용해 재검증하고 감정을 하겠다. 조그만 단서라도 최대한 찾아 범인을 검거하겠다”며 “여러 가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유류품의 과학적 검증과 행적 재구성 등을 통해 면밀히 수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우종우씨는 “용기가 많이 난다. 아이들 사건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 청장은 “제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건 해결하고 범인을 잡았어야 했는데 어린 영혼이 구천을 떠돌게 했다. 유가족 한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해드려서 죄송스러워 말이 안 나온다”라고 했다. 
 
이번 방문은 전미찾모가 지난 3월 민 청장에게 유가족과의 만남을 건의하면서 이뤄졌다. 민 청장은 당시 “조만간 사건 현장을 찾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5월 서울에서 유족과 면담도 했다. 
 
지금까지 전미찾모는 사망자 추모시설 건립과 정부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심리치료 비용을 비롯한 경제적 지원 등을 대구시와 경찰청에 요구해 왔다. 대구시도 지난 10일 유족과 전미찾모 관계자를 면담한 뒤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관련 조례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골발견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을 찾아 소년들을 추도 한 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골발견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을 찾아 소년들을 추도 한 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실종 당시부터 2009년 4월까지 대구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차렸다. 이후엔 용의자의 해외 도피 등 공소시효 연장 가능성을 고려해 성서경찰서에서 수사전담팀을 운영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대구에 사는 5명의 어린이가 “개구리 잡고,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간 후 실종됐다가 11년 만에 유골로 되돌아온 사건을 말한다. 대구 성서초등학교 우철원(당시 13세)·조호연(12)·김영규(11)·박찬인(10)·김종식(9)군이 희생됐다. 1991년 3월 26일 사건이 발생해 올해로 28년째를 맞는다.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정부는 현상금 4200만원을 내걸고 연인원 32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해 아이들 찾기에 나섰다. 복지시설과 무인도 등 14만여 곳도 수색했다. 아이들의 유골은 그로부터 11년 만인 2002년 9월 26일 마을에서 약 3.5㎞ 떨어진 와룡산 4부 능선에서 발견됐다. 
2002년 9월 27일 대구시 용산동 와룡산에서 발견된 개구리 소년 유골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두개골 복원전문팀, 경북대 법의학교실 관계자들의 유골 발굴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9월 27일 대구시 용산동 와룡산에서 발견된 개구리 소년 유골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두개골 복원전문팀, 경북대 법의학교실 관계자들의 유골 발굴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미국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아이들이 타살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범인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 결국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사건의 범인이 잡히더라도 처벌은 어렵다. 2015년 7월 31일부터 형사소송법이 살인죄 공소시효를 없애도록 개정 시행(일명 ‘태완이법’)되면서 살인 범죄자 공소시효가 없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은 해당하지 않는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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