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처제 살해때 검거 가능했는데...경찰, B형만 찾았다

화성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씨가 1994년 처제 강간ㆍ살해 사건으로 충북 경찰의 조사받을 당시 화성수사본부의 수사 대상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혈액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추궁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수사했더라면 25년 전에 용의자를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씨가 24년째 수감돼 있는 부산교도소 전경. [연합뉴스]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씨가 24년째 수감돼 있는 부산교도소 전경. [연합뉴스]

 
당시 화성수사본부는 경기 화성 본가를 찾아 이씨의 범행수법과 연쇄살인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려 했으나, 그의 혈액형이 ‘O형’인 것을 확인하고 더는 신병확보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성연쇄살인 사건 용의자의 혈액형을 ‘B형’으로 특정해 왔다.
 
94년 충북 청주서부경찰서(현 청주흥덕경찰서)에서 근무했던 김시근(62) 전 형사는 2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화성 경찰에서 찾은 건 혈액형 B형 용의자였는데, 우리가 채취한 이씨의 혈액형은 O형이었다”며 “혈액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화성수사본부가 청주로 내려와 공조수사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때는 정밀 DNA 수사가 도입되기 전이었고, 혈액형으로 용의자를 1차로 분류했던 시절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94년 1월 충북 청주 집에서 대학교 교직원이던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김씨는 처제 강간ㆍ살인 사건을 초기부터 수사하던 경찰이었다.  
충북 경찰은 청주 자택에서 마땅한 증거물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씨의 본가인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를 찾았다. 이씨와 형사ㆍ감식요원 등 수사 요원 3명이 동행했다.
김씨는 “화성수사본부에서도 형사 5명 정도를 파견해 압수수색 장소에 왔었다”며 “화성 경찰측에 ‘이씨를 조사하고 싶으면 청주로 와서 서류를 열람하든지, 면접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이후 뭐라 답변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더는 공조수사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씨의 몽타주도 그의 실물과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이씨의 눈은 축 처져 있었는데 몽타주는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며 “얼굴 형태는 비슷했다”고 했다.
그는 "사건 초기 시신에 방어흔이 없었다는 점으로 보아 면식범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며 "피해자 가족들을 마주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덤덤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이씨였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씨를 인근 파출소로 데려가는 도중 승용차 안에서 다리를 떠는 것을 보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며 "이틀간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고, 이씨의 집 화장실에서 증거물도 확보했다" 고 전했다. 세탁기를 받치고 있던 장판 조각과 화장실 손잡이를 감싸고 있던 커버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됐다. 김씨는 “당시 이씨가 약국 여러 곳을 돌며 수면제를 나눠 산 데다 시신도 꼼꼼하게 감싸 유기했고 청주에 있던 짐 대부분을 화성 집에 옮겨놓은 점 등으로 미루어 계획된 범죄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과학수사가 발달했었다면 조금 더 일찍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건설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 수감중인 이씨를 특정했다. 경찰은 이씨의 DNA와 3명의 희생자 유류품에서 나온 DNA가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이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해왔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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