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 지지율 기록한 문 대통령, 광장의 함성에 귀 기울여라

‘조국 사퇴’를 외치는 범보수 진영의 대규모 군중 집회가 한글날인 어제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앞 일대에서 다시 열렸다. 지난 3일 개천절 집회에 이어 수많은 인파가 한목소리로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정오부터 시작된 집회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광장에는 태극기가 물결을 이뤘고 참석자들은 ‘조국 감옥’ ‘조국 구속’ ‘검찰개혁? 검찰장악!’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 탄핵’ 요구까지 나왔다.
 
많은 참가자들은 지난 3일 집회를 두고 ‘동원된 집회’라는 여당의 비판에 분개했다. 조국 사태에 분노해 자발적으로 집회에 나왔는데도 여당인 민주당에서 “군중 동원 집회”라고 깎아내린 것을 두고서다. 제주도에서 온 김재선씨는 “나 같은 사람은 제주도에 사는데 누가 나에게 동원령을 내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서도 참가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집회에는 서울대 학생과 졸업생 등도 참석했다.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는 참가자 1000명에게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인권법센터장 명의의 ‘인턴 활동 예정 증명서’를 발급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조 장관 딸이 서울대에서 전례 없는 ‘인턴 예정 증명서’를 받은 것을 비꼬는 행사였다.
 
광화문광장의 민심은 개천절이나 한글날이나 한결같았다. 민심이 이러한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반대편에서 나오는 어떤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고 뭔가.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광장에 유례가 없는 인파가 모이고 청와대 앞에선 연일 노숙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조국 퇴진’을 외치는 범보수 진영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청와대 차원에서도 지난 3일에 이어 이번에도 공식 입장을 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이 역시 광장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말겠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은 지지율이 32.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이 조사는 조사 방법이 다른 조사와 다소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한 지난 1월 조사(‘잘하고 있다’ 39.1%)보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에서만 긍정 평가가 앞설 뿐 전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앞서고 있다.
 
이는 사필귀정이다. 국민 대다수가 ‘광화문 국민’과 ‘서초동 국민’으로 나뉜 국론 분열을 걱정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만 아니라고 할 정도니 지지율도 온전할 리가 없다. 정말 문 대통령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라가 두 동강 나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단 말인가. 대통령은 자신의 진영과 핵심 지지층만 봐선 안 된다. 저토록 많은 사람이 부르짖는 광장의 함성이라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열성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만 보듬는 독선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통합이 가능하다. 정치의 본령이 바로 통합 아닌가. 그 통합은 온전히 문 대통령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