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뿌리고 "역따 부탁""완료"…조국 지지층의 온라인 격전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지원 대한정치연대 의원 예방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있다. 김경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지원 대한정치연대 의원 예방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있다. 김경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면서 온라인에서도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추석 이후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가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자, 특히 여권 지지자들이 온라인 여론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작전을 짜고 이를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창, 실시간 검색어, 청와대 구긴청원 게시판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①포털 뉴스 댓글창…좌표 뿌리고 "비추 부탁"

트위터의 한 이용자가 네이버의 뉴스 댓글 링크를 공유하며 추천과 비추천을 요청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의 한 이용자가 네이버의 뉴스 댓글 링크를 공유하며 추천과 비추천을 요청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역따('비추천'의 은어) 부탁드립니다" "완료했습니다"(한 다음 카페 글)
 
주된 격전지는 포털의 뉴스 댓글이다. 자신의 지지세력에 유리한 내용의 댓글에 추천수를 몰아줘 베스트 댓글로 뽑히게 한 뒤 상단에 배치되길 원하는 이들이 추천·비추천 공방을 벌인다. 
 
댓글 추천 작업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트위터에 포털 기사 댓글 링크를 띄우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기사의 제목을 올린 뒤 자기네 정파에 불리한 댓글의 링크를 올리고 비추천을 요청한다. 링크는 기사가 아닌 해당 댓글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지자들은 기사 내용도 보지 않고 비추천 표시를 한다.
 
댓글 작업은 '댓글봇'이라고 불리는 일부 계정이 주도하기도 한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좌표'(기사 주소)를 올리며 작업을 이끈다. 지지자들은 댓글봇의 멘션(트위터의 메시지)을 리트윗(공유)하는 방식으로 좌표를 확산시킨다.
 
우호적인 댓글을 베스트 댓글로 올리기 위한 작업도 이뤄진다. 지지자가 남긴 2~3개의 댓글 좌표를 공유하고 추천을 요청한다. 이 영향으로 뒤늦게 달린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선정되는 일도 생긴다.
지난 3일 게시된 중앙일보 '"태어나서 처음 집회, 분해서 나왔다" 광화문 채운 '조국 반대''기사의 댓글창. 기사가 송출된 17시11분 직후 작성된 댓글이 대부분 공감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약 2시간 후에 작성된 댓글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해당 기사의 댓글의 '좌표'는 여러 커뮤니티에 공유된 상태다. [네이버 기사 캡처]

지난 3일 게시된 중앙일보 '"태어나서 처음 집회, 분해서 나왔다" 광화문 채운 '조국 반대''기사의 댓글창. 기사가 송출된 17시11분 직후 작성된 댓글이 대부분 공감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약 2시간 후에 작성된 댓글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해당 기사의 댓글의 '좌표'는 여러 커뮤니티에 공유된 상태다. [네이버 기사 캡처]

 
한 예로 3일 오후 5시에 출고된 중앙일보의 <"태어나서 처음 집회, 분해서 나왔다" 광화문 채운 '조국 반대'>기사는 네이버에 공개된 뒤 정부 비판 댓글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시간 뒤 몇분 동안 연달아 등록된 댓글 3개가 일제히 순공감 순위 상단을 차지했다. 이 기사의 댓글 링크가 여러 커뮤니티에 좌표로 뿌려진 뒤였다.
 
지난해 '드루킹 일당'이 광범위한 댓글 조작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며 포털이 ▶연속된 추천·비추천 제한 ▶1일 추천 개수 제한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이 같은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②실시간 검색어…1시간 만에 '실검 1위' 

 
지난 8월27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쪽이 검색어 대결을 벌이면서 '조국힘내세요'와 '조국사퇴하세요'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2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캡처]

지난 8월27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쪽이 검색어 대결을 벌이면서 '조국힘내세요'와 '조국사퇴하세요'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2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캡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도 조국 사태에서 주된 여론 형성의 창구가 됐다. '조국힘내세요'와 '조국사퇴하세요'의 실검 올리기 싸움이 대표 사례다. 
 
급상승 검색어는 단시간 내에 얼마나 검색량이 증가했는가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날씨’처럼 꾸준한 검색이 이뤄지는 검색어는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반면에 이전까지 검색되지 않던 검색어는 조금만 검색해도 금세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여권 지지자들은 이 같은 실검의 특성을 이용해 8월27일 오후 2시12분 네이버 실검 순위(20위)에 등장한 '조국힘내세요'를 1시간여 만에 1위로 끌어올렸다. 맞불로 반대 진영의 '조국사퇴하세요'도 비슷한 방식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후에는 '한국언론사망' '정치검찰아웃' '보고싶다청문회' 등으로 검색어를 바꿔가며 실검 순위를 차지했다. 
 

③청와대 국민청원…좌표 찍고, SNS 아이디 동원

9일 오후 4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추천 상위 청원 목록. 15건 가운데 6건이 야권과 검찰, 정부 비판 언론을 비난하는 청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9일 오후 4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추천 상위 청원 목록. 15건 가운데 6건이 야권과 검찰, 정부 비판 언론을 비난하는 청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문재인 정부가 만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자기 정파가 원하는 청원을 올리고 추천수를 높이는 방식이다.
 
9일 오후 2시 현재 청원 게시판의 추천 수 상위 15개 글 가운데 야당·검찰·언론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거나 조 장관을 옹호하는 청원은 6개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면이나 감찰을 촉구하는 청원도 있다.
 
청원게시판 추천수를 올리기 위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아이디를 쓰기도 한다. 한 명이 자신의 카카오톡·네이버·페이스북·트위터 등 총 4개의 소셜 아이디를 돌려가며 동의를 누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야권 "여론조작 실검 폐지해야"…포털 '신중'

지난 2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성숙 대표와 실검순위조작 논관과 관련해 중앙선관위, 사회적 기구 등과 함께 총선을 앞두고 논의하겠다고 답했다.[연합뉴스]

지난 2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성숙 대표와 실검순위조작 논관과 관련해 중앙선관위, 사회적 기구 등과 함께 총선을 앞두고 논의하겠다고 답했다.[연합뉴스]

 
댓글과 실시간 검색어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됐다. 김성태(비례대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다른 포털과 비교했을 때 유독 네이버 실검에서만 '조국' 검색 규모가 압도적으로 높다"며 국민의 62%가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지배적 포털 사업자의 인위적 조작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여러 사람이 댓글을 달고 실검을 올리는 것은 하나의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사람이 모여 댓글을 달아 실검이 높아지는 것은 현재로써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드루킹 사건을 겪은 포털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국감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연령대별로 나눈다든지, 더 개인 요구에 맞는 형태로 개편해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