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돈·기업 한국 떠난다] 대주주가 한국 뜨는 순간 양도세 20% 물린다···투자이민 복병, 국적포기세

지난해 국외전출세가 도입돼 대주주는 미리 주식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중앙포토]

지난해 국외전출세가 도입돼 대주주는 미리 주식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중앙포토]

 
 서울에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김모(59) 대표는 올해 초부터 2~3개월간 미국 투자 이민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한국을 떠나는 순간 그가 보유한 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김씨는 “아직 회사 지분을 정리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세금을 내려면 1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며 “비용 부담이 커져서 자녀만 먼저 유학 보내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투자 이민을 고민하는 사업가들에게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 것이 지난해 도입한 국외전출세다. 법인을 운영하는 대주주가 이민 등으로 한국을 떠날 때 보유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미리 물어야 해서다. 당장 주식을 팔지 않더라도 출국일 기준으로 주식 평가이익에 양도소득세율 20%(과세표준 3억 초과분은 25%)를 적용한다.  
 
 세무그룹 온세의 양경섭 대표세무사는 “코스피ㆍ코스닥 구분 없이 시가총액 15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라면 납세 대상”이라며 “비상장기업 대주주라도 보유액이 15억원 이상이면 세금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근호 세무법인 오름의 대표세무사(전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는 “국외전출세는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한 제도로 미국이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면 세금을 물리는 국적포기세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해외 이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수록 정부의 역외탈세 감시망은 더 촘촘해지고 있다. 현행법상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해외주식을 사는 등 자본거래를 할 때는 한국은행이나 외국환은행에 이를 미리 신고해야 한다. 최근 자산가 146명이 말레이시아에서 10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신고하지 않고 몰래 구입했다가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부동산의 경우 올해부터 신고 의무가 더 추가됐다. 취득뿐만 아니라 처분할 때도 한국은행이나 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과태료도 오르고 있다. 양 세무사는 “내년부터 (부동산 관련해)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서류를 제출하면 취득하거나 처분한 금액의 10%(1억원 한도)를 과태료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은행에 외국환거래 위반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은행 창구에서 상담 단계부터 거래금액, 국내 거주 여부, 거래사유 등 신고 요건에 따라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대상인지를 판별해주는 시스템이다.
 
 김진석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 팀장은 “지난해 기업과 개인이 (해외 부동산 관련) 법규를 위반한 사례가 1279건으로 2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면서 “자금을 쪼개는 방식으로 거액을 송금하거나 신고 없이 부동산 구입하면 과태료 부과 및 검찰고발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