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로 나오지만 않으면···" PK 기대거는 민주당,왜

“1대1 구도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지역구가 한 곳도 없다.”
 
‘조국 대전’으로 큰 손실을 입은 부산·경남(PK) 지역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PK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이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 과정에서 민심 이반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이다.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에서 2016년 20대 총선 때 처음으로 의미 있는 의석수(부산 6명, 경남 3명, 울산 1명)를 확보한 데 이어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압승해 부산시장(오거돈)과 경상남도지사(김경수)는 물론 부산시의원 47명 중 41명, 경상남도의원 58명 중 34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최근엔 “경남 양산·김해도 어렵다”(PK 지역 초선 의원)는 이야기가 나온다. 양산은 문 대통령이 취임 전 살던 곳이고, 김해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귀향한 봉하마을이 있는 지역이다.
 
지난달 9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앞에서 '촛불을 든 부산대학교 학생들' 주최로 열린 3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9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정문 앞에서 '촛불을 든 부산대학교 학생들' 주최로 열린 3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고 있다. 송봉근 기자

실제로 18일 한국갤럽이 지난 15일~17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34%로 전국 평균(39%)보다 낮았다. ‘잘 못하고 있다’는 답은 57%로 전국 평균(54%)보다 3%포인트 높았다. 이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30%로 자유한국당(29%)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9월 셋째 주) 조사 결과보다 민주당 지지율은 2% 포인트 낮아졌고, 한국당 지지율은 2%포인트 오른 결과다. 2년 전(2017년 10월 셋째 주)에 비하면 민주당은 8%포인트 떨어졌고, 한국당은 11%포인트(18%) 올랐다.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호남에서 추가하는 의석만큼 PK와 대구 지역에서 의석이 사라져 ‘도로 호남당’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렇다고 민주당이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부산지역 선거를 여러 차례 경험한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몇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부산에서만 10석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조건 중 첫 번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에 안 나타나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 지명 전까지 당내에선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을 두고 ‘부산 차출론’이 거셌지만, 지금은 거의 사그라진 상태다. 부산 지역구의 한 초선 의원은 “조 장관이 후보나 지원 유세자로 부산에 나타나면 정권 심판 심리를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를 거는 건 집권 여당 프리미엄이다. 우선 문 대통령은 올해만 11번 이 지역을 방문했다. 조 전 장관 퇴임 이후엔 지난 16일 경남 창원시 경남대 운동장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게 최근 발걸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마민주항쟁은 우리 역사상 가장 길고 엄혹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던 유신독재를 무너뜨림으로써 민주주의의 새벽을 연 위대한 항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유신독재의 가혹한 폭력으로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 모두에게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마민주항쟁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보상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했다. 부산·경남 지역 진보 진영 결집을 호소하는 목소리로도 해석될 수 있는 표현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16일 경남 창원시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16일 경남 창원시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예산에서도 민주당은 부산시에 올해보다 10.4% 증가한 6조6935억원의 국비 지원을 약속했고 부산시도 올해보다 7.6% 늘어난 총예산 12조9132억원을 부산시의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한·아세안 ICT(정보통신기술) 융합밸리 구축 사업, 경부선 철로 지하화,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사업, 스마트 제조혁신센터 구축 등 지역 현안 산업 추진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11월 열리는 아세안 회의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도 민주당이 기대를 갖는 지점이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김 위원장이 나타나면 그동안 노력 대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열렸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눈으로 확인하면서 생기는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개최지인 부산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여권은 이때를 겨냥해 가칭 북한개발은행을 부산에 설립하겠다는 등의 제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은 ‘조국이 아닌’ 새 인물 수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윤준호 의원(초선·부산 해운대을)은 “기대할 만한 새 얼굴들은 꽤 준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영춘 의원(3선·부산진갑)은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비례대표 이철희 의원을 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부산에서 함께 하자”는 공개 제안을 던지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출신 인사 중에는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한국당은 지역구마다 계파가 다른 지역위원장급이 3~4명씩 되는 등 공천 방정식이 복잡해 분열할 수밖에 없다”며 “단결을 유지하면서 정책·인물을 준비해가면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